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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盧측근의 오만한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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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盧측근의 오만한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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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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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법사위의 청문회장 증인석은 이호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여택수 청와대 행정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대부분의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텅 비다시피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불출석 사유서 마저 내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청문회 도중 썰렁한 증인석을 보다 못한 의원들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고 흥분했다.그러나 정작 의원들을 자극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으로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기명씨의 불출석 사유였다. 이씨는 사유서에서 "청문회는 지지율 하락을 모면하기 위한 민주당의 구태 정치극" 이라며 "'차떼기' 주역들이 출석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회의 직권 남용'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 등의 표현도 동원했다. 이씨는 한술 더 떠 증언대에 서 있어야 할 바로 그 시각에 한 인터넷매체에 '나는 왜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는가'라는 글까지 올렸다. 이 글에서 이씨는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선 입을 씻고 남들만 나오라고 하니 벼룩도 체면이 있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증인채택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대목은 십분 수긍이 간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차떼기'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다 할지라도 용인 땅 매매와 관련, 노 대통령과 이씨에 쏠린 의혹까지 무시될 순 없다. 또 의원들의 무차별적인 증인 채택과 알맹이 없는 폭로 등 청문회에 대한 비판과 이씨의 출석 여부는 분명 별개의 문제다.

그는 출석 거부를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소신'이 아니라면 이씨는 청문회장에 당당하게 나와 소신을 밝혔어야 했다.

이진동 정치부 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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