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 과정의 여군 부사관 학교 신입생이다. 평소 멋진 제복을 입은 여군을 부럽게 생각해 왔고 지난해 말 '03-8기 여성 기술행정 부사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다 합격 통지를 받았다.남녀가 평등한 시대라지만 아직도 여성의 군 입대는 드문 일이다. 나 역시 도전적인 일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군인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여군 부사관 제도를 알게 된 것은 내가 다니는 기능대의 군 장학생으로 있는 여자 선배를 통해서였다. 선배는 "여성에게도 군 복무의 길이 열려 있다"면서 지원을 권유했다. 여군 부사관이 능력에 따라 대우받고 자기 계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결심했다.
지원자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지원자도 부지기수였고, 서류전형에 붙고도 신체 검사, 소양 평가 및 컴퓨터 능력 평가, 면접, 체력 평가에서 불합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합격한 것은 평소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재학생들에게 자격증을 많이 취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보처리산업기사, 컴퓨터 그래픽 기능사, 정보기기 운용기능사, 인터넷 정보검색사(1급), 컴퓨터 활용능력(3급), 회계 실무사(2급), 웹페이지 전문가(2급) 등 꽤 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 막연하게 자격증이 경쟁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처럼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멋진 여군'의 꿈과 대학에서 열심히 갈고 닦은 전공 기술까지 발휘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예전에는 여성의 군 입대를 취업난의 도피처쯤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나는 동료들은 세상의 틀을 깨고 싶어하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평범한 사람이 이뤄내지 못하는 것들을 이루고 싶어하는 개척자들이다. 여군 부사관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겸비한 전문 직업인이다. 내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직업인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간판보다는 실리가 중요하다는 것과 여성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최 나 영 전북기능대 멀티미디어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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