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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크기따라 결정되는 그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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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크기따라 결정되는 그림값

입력
200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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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정신과 혼이 들어간 예술을 단순히 얼마라고 말할 수 있을까.그림은 흔히 캔버스를 제작할 때 편의상 사용하는, 엽서 2장 크기의 호수(1호는 22.7x15.8㎝)를 가격 산정의 단위로 사용한다. 작품성으로 가격을 정하지 않고 마치 포목점처럼 크기로 가격을 결정해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그림은 싸고 큰 그림은 비싸다.

옛날의 화가들은 더 외로웠다. 예술을 보는 눈도 드물고 하여 그림값은 고작 술 몇 잔으로 거래됐다. 1961년 고고미술학자 김원룡은 장욱진의 '야조도'를 보고 감탄하여 월급봉투를 통째로 놓고 구입했다고 한다.

그림값이 딱히 정해져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장 화백도 그림을 갖고자 하는 마음에 감복해 선선히 내주며 "김원룡씨는 한 달 동안 무얼 먹고 사나"하고 걱정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작가는 박수근이다. 59년 3, 4호 정도 소품이 4만환(1962년 화폐개혁 후 기준으로 4,000원)정도였으며, 79년 전시회 때 호당 300만원, 89년엔 2,000만원, 91년엔 1억원 이상 호가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죽기 3년 전인 1917년 당시 파리에서 닭 한 마리도 10프랑에 팔렸는데, 그의 드로잉은 5프랑에 팔렸다. 밥값 대신 그림을 받은 음식점 주인이 화가 나 그림에 국수가락을 내던졌다고 할 만큼 그의 그림은 과소평가됐다.

그러나 그가 죽은 지 15년 만에 50만 프랑이 됐고, 오늘날 그의 그림은 몇 천만 달러를 주어도 구하기 힘들다. 일부 화가의 그림 값이 비싸다고 하나 그래도 여전히 젊은 작가의 그림은 싸다. 예술은 2차원적인 호수의 계산이 아니라 4차원적인 교환과 투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안목 있는 눈은 진주를 발견한다.

박 규 형 아트파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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