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이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흐트러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2년 이상의 임기를 공언했던 각료들은 벌써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특히 청와대의 경우 수석 및 비서관들이 어지럽게 들락거리고 보직을 바꾸면서 직무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중첩돼 버렸다. 여권의 총선 올인(All in)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정부의 업무체계와 팀워크를 바로잡기 위한 총체적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노 대통령은 지난 해 2월 취임 직후 1기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앞으로 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활력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부처라도 2년 내지 2년 반 정도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약속했다. 특히 경제 및 교육부총리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부처라면 임기를 같이 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출마자를 위한 2·10 부분 개각을 단행한 현재 고건 총리를 제외한 20개 부처 중 12부처가 장관이 교체됐다. 교체된 장관은 평균 9개월여의 임기를 마쳤을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노 대통령이 "총선 출마를 결정한 사람을 만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총선 올인을 용납했다는 점이다.
특히 청와대는 조직 자체의 골격이 어그러지게 됐다. 선거지상주의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참여정부의 새 청와대 시스템은 '비서실장(정무총괄)―정책실장(정책총괄)' 투-탑 분업체제, 또는 같은 장관급인 국가안보보좌관을 넣어 트로이카 체제가 근간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강권으로 문희상 비서실장이 출마를 결정한 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정치인 출신 후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컨셉을 '관리형'으로 바꿔 김우식 연세대 총장을 내정했다. 이에 따라 비서실을 총괄 관리하게 될 신임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업무분담이 숙제로 남게 됐다. 정책실장 자리도 이정우 전 실장이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직무의 개념이 모호해졌다. 국정과제 관련업무를 놓고 정책실과 정책기획위 간에 관할이 중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승부를 걸어야 남은 임기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현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조직의 안정성을 희생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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