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동해―남해―황해―동중국해를 잇는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의 중핵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남북 통일 이후 한반도야말로 대륙과 해양을 공히 활용하며 동아지중해 전체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거기에 21세기의 우리 미래가 있습니다."동국대 사학과 윤명철(50) 겸임교수는 국내에서 10여 명밖에 안 되는 고구려 전공학자 중 한 사람이다. '고구려 해양교섭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역사학자 보다는 '탐험가'로 기억한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3월 대한탐험협회 회원들과 함께 대나무 뗏목을 타고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군도(周山郡島)를 출발해 인천―완도―대마도―일본 열도에 이르는 총 2,700㎞의 바닷길을 건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한해협 횡단 등 뗏목 탐험만 4차례다.
탐험정신으로 충만한 그가 최근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를 해양과 밀접하게 연관 지어 설명한 '한국해양사'(학연문화사 발행)를 냈다. 바다를 청동기시대부터 조선까지 한국사의 중심에 놓고 쓴 국내 첫 통사다. "대개 우리 역사를 반도나 대륙의 시각으로만 보아 왔습니다. 그러면 고구려와 남쪽의 삼한 또는 신라, 백제, 가야는 이질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해륙사관(海陸史觀)으로 보면 하나의 역사권입니다. 고대부터 해양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은 많은 역사서들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 "많은 학자들이 해양 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자료를 대륙이나 반도에 국한해 해석하는 편향 때문에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우리 역사에서 해양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90년대 중반부터 '동아지중해' '해륙사관' 등의 개념을 아예 새로 만들어 쓰고 있다.
그는 "전성기의 고구려가 한반도 중부 이북과 만주 대륙은 물론 황해·동해 중부 이북의 바다를 장악하고 가야, 신라, 일본 열도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중핵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강소국으로서 중국과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공동체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한반도가 다리 역할을 하자는 주장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나 지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단순히 중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가 아니라 3국의 '허브(중심)'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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