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저명한 고고학자 리키 팀의 '화석 사냥꾼들'에 의해 발자국화석이 우연히 발견되었다. 방금 전에 이웃 사람들이 걸어간 흔적처럼 선명한 족적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들 '호미니드'들이 두 발로 걸었다는 가장 오랜 증거물이 확보 된 것이다. 실로 '위대한 족적'을 화석으로 남겨준 셈이며, 세계고고학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로 기록되었다.2004년 벽두에 제주도 남쪽 사계리 해변에서도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고고학적 검증을 분명하게 거쳐서 연대를 규명하는 국제적 공인을 받아야 할 단계이지만, 한반도의 선사인들이 걸었던 족적 화석임에 분명하다.
제주도로서는 선인들이 남겨준 발자국 몇 개로 엄청난 문화자원을 획득한 셈이다. 학문적인 공과와 무관하게, 바닷가에 선사인들의 발자국이 존재한다는 것으로도 수백억원 이상의 문화관광산업적 가치를 얻을 것이다.
수많은 선사인들이 길을 걸었음에도 그 족적을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대의 기후, 토양, 이후의 변화된 환경 등이 딱 맞아야 한다. 또한 탄자니아의 발자국이 우연히 발견되었듯이 쉽게 눈에 뜨이는 것도 아니다.한국고고학사에서 빛나는 발견이며 세계사적으로도 주목 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반성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해안을 헤집어 음식점과 콘도를 짓고, 또 매립해 역사 및 환경사의 흔적을 없애버린다. 발자국이 발견된 사계리도 자칫 송악산 군사기지가 예정대로 들어섰더라면 일거에 사라졌을 곳 아닌가. 사실 해안가의 밀물 썰물이 오가는 조간대 근역은 해양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사계리 인근의 대정읍 일과리 해변에는 한국 소금문화사에서 소중한 염전터가 있다. 그러나 문화재지정은 커녕 세인의 주목도 받지 못하며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다. 얼마전에는 태안반도 해변에서 무려 90여개에 이르는 전통어법 독살의 현장이 발굴되어 일부 언론에 소개되었다. 문화재청은 이렇듯 소중한 해양의 무형문화유산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유형문화유산'에만 신경을 쏟는다. 대단한 편향이며, '무지'의 결과이다.
바닷가는 단순하게 풍치 좋은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민속의 보고인 셈이다. 그러나 풍치환경을 적절히 이용한 자본의 압력에 의해 해안은 절단나고 있다. 이번의 역사적 발견을 기뻐하면서도, 간척지개발 등으로 내몰리는 해안의 처참한 풍경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 같다. 해양수산부도 차제에 전국의 해양문화에 대한 전면적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주 강 현 한국민속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