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시장 독과점 수위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따라서 '슈퍼은행' '슈퍼보험사' 탄생을 위한 추가적 인수합병(M&A)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11일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산업의 집중도'를 조사한 결과, 자산규모로 본 은행권의 독과점 정도는 미국의 4.5배, 영국의 3배, 일본의 1.9배, 독일의 1.8배에 달했다.
독과점 수준은 집중도 지수(HHI)로 측정되는데 국내 은행권의 경우 2002년말 현재 1,291으로 미국(287) 일본(700) 독일(667) 영국(437)에 비해 휠씬 높았다.
미국에선 집중도 지수가 1,000미만이면 시장이 경쟁상태 1,000∼1,800은 다소 집중된 상태 1,800을 넘으면 집중이 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였다면 국민·주택은행 합병과 신한·조흥은행 합병에 대해선 시장 경쟁을 저해 시킨다고 판단해 시정권고 등 어떤 형태로든 제동을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신한(조흥)·우리은행 등 '빅3'의 시장점유율도 미국(22.0%) 영국(31.1%) 일본(39.7%)보다 훨씬 높은 50.5%에 달해 슈퍼 은행들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은 은행보다 독과점이 더욱 심각, 집중도 지수가 위험 수위인 1,800을 훨씬 뛰어넘어 2,642를 기록했다. 미국(364)보다는 무려 7.3배, 영국(665)과 일본(1,164)보다는 각각 4.0배, 2.4배나 독과점이 심했다. 미국은 '빅3'점유율이 29.1%에 불과하고 일본도 52.7%인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3사 점유율이 무려 80%나 됐다.
금융기관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면 시장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금배분이 특정기관에 의해 좌우되며 부실발생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때문에 독과점 심화를 유발할 수 있는 은행간, 보험간 추가적 M& A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은은 주장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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