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를 삼킨다' 요즘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가들이 단기간에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 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권을 넘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수합병(M&A) 소식으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단연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머니게임'화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개미들은 주가 급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해당 기업도 경영권 방어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다. 때문에 뒤늦게 M&A주에 뛰어들었다가는 큰 손실을 입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개미, 투자를 넘어 경영권까지 넘본다
10일 증권가에선 서울식품이 단연 화제였다. 전날 22세의 회사원 경규철씨는 경영참여를 위해 지분 16.10%를 매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 상무로 재직한 경씨의 부친은 코스닥 등록 회사를 인수한 뒤 지분을 매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가의 M&A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6일에는 민정홍씨가 한빛네트 주식 8.26%를 투자목적으로 장내 매수했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그는 이후 지분을 9.99%까지 늘렸으나 현재 3.75%만 보유하고 있다. 같은 날 김동성씨도 링네트 주식 5.01%를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남해제지는 아예 법정 분쟁으로 비화했다. 박주석씨가 지난달 29일 적대적 M&A를 선언한 뒤 지분율을 6.94%까지 늘렸으며 9일에는 최대주주측 지분 42.01% 중 33.17%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세명전기, AP우주통신, 이노츠 등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M&A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머니게임 가능성 등 경고 잇달아
서울식품은 지난달 16일 상한가를 기록하기 시작, 이날까지 15거래일 동안 12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덕분에 주가는 760원에서 3,095원으로 307%가 올랐다. 그러나 이 주가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기업들도 M&A가 알려질 경우 주가가 며칠 동안 폭등하지만 어느 순간 주식을 팔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들에게 M&A 재료가 노출된 시점이 보통 고점인 경우가 많은 만큼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개인 투자가들이 M&A를 시도하는 기업 대부분은 시가총액이 100억원 내외의 소형 기업이어서 수억원으로 주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개인투자자와 최대주주가 짜고 M&A 재료를 흘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빛네트처럼 경영권을 장악한 뒤 인수비용으로 빌린 사채를 갚기 위해 기업자금을 횡령하는 기업사냥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위원은 "코스닥 기업은 규모가 작아서 머니게임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대주주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한계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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