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고지 이전문제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올해 프로축구 관중은 작년보다 늘 것 같다. 어떤 선수가 얼마에 계약했고 어디로 옮겼다는 뉴스는 이미 뒷전으로 물러났고 경기 없는 겨울날 무료했던 축구 팬들에게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프랜차이즈 게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는 통상적으로 구단, 연맹, 경쟁도시, 정치인, 팬 등이 개입되는데 관전하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식당이나 세탁소 주인은 장사가 안되면 목 좋은 곳으로 제 맘대로 가게를 옮길 수 있지만 프로리그 사업에서는 구단주 마음대로 연고지를 함부로 변경할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에 위배될지는 몰라도 모든 프로리그에는 팀의 연고지는 동업자들의 동의 없이 변경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배짱 좋은 구단주가 단독으로 연고지를 옮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그는 이미 선점하고 있는 구단의 연고지를 그 구단의 동의 없이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례로 국내 프로야구는 규약 제4장, 프로농구는 3장 19조에 이를 명기하고 있다. 또 미국 풋볼리그는 리그에 소속된 구단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연고지를 옮기지 못한다.
리그라는 제도는 스포츠사업에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초창기 프로 팀은 곡마단처럼 지방을 순회하며 돈 받고 경기를 보여주는 식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곡마단 단장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게 바로 리그제도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일종인 이 제도는 비슷한 전력의 팀들이 대등한 조건으로 정기전을 벌인다면 순회경기보다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만들어졌다.
또 합의한 규칙을 위반하는 가맹점을 감시할 기구가 필요해 리그사무국이나 연맹이 조직되었고 그 경비는 가맹점들이 부담키로 했다. 따라서 프로리그 연맹의 의사결정은 구단경영진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총회를 거치게 되어 있다. 보편적으로 구단이 연맹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이유도 이런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게임의 관전자가 알아야 할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가 서울을 차지하든지 리그 가맹 구단의 의견이 연맹보다는 힘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자치단체는 이 게임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한쪽 당사자인 서울시는 볼거리 장소면에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포함한 모든 볼거리 장소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를 보유한 도시이다. 설사 프로축구가 없어도 시민들에게 제공할 볼거리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무진장 많기 때문에 고자세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고의 경기장으로 평가 받는 상암경기장에 프로축구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수는 있지만 서울 시민이 워싱턴 시민처럼 프로경기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안양은 서울과 입장이 정반대일 수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흥미진진한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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