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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가주의 자극세력 경계해야"/ 내한 도쿄대 고모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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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가주의 자극세력 경계해야"/ 내한 도쿄대 고모리 교수

입력
200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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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문학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내고 있으며,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51·사진) 도쿄대 교수가 고려대와 한국일본학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최근 들어 '국가주의를 넘어서' '포스트 콜로니얼:식민지적 무의식과 식민주의적 의식'(이상 삼인 발행) '일본어의 근대:근대 국민국가와 국어의 발견'(소명출판 발행) 등 그의 책이 해마다 한 권씩 국내에 번역 소개될 정도로 그에 대한 국내 학계의 관심도 높다. 고모리 교수를 만나 최근 한중일 3국의 갈등 문제와 지난 8일로 발발 100주년이 된 러일전쟁의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고구려사, 독도 문제 등으로 한중일 3국이 갈등하는데.

"정권이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그런 경향을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자극해 동북아가 군사대결 밖에 없다고 몰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확인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저지해야 한다. 우선 정권 담당자의 가치관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는 그 자체로는 수용할만한 것인가?

"민족주의는 언제나 당연한 것이거나 되물어야 할 필요가 없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민족주의가 생겨나는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식민국가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의 지배에 반대해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 민족주의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하고, 궁극에는 민족·국가주의의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

―러일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공저로 '일러전쟁 연구'라는책을 냈다. 그 책에서도 지적한대로 러일전쟁은 당시 매스컴이 국민의 심리를 부추겨 몰아간 측면이 강하다. 아마도 언론이 정보를 조작해가며 전쟁을 정당화하고 부추기는데 적극 나선 첫 전쟁이 아닌가 한다. 당시 일본의 정치 권력은 국내 모순을 은폐하기 위해 국민을 전쟁으로 내몰았다. 러일전쟁은 사실 일어날 이유가 없는 전쟁이다. 지금 미국과 영국의 신보수주의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러일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그 전쟁이 미화돼 다른 침략전쟁을 위한 디딤돌이 됐다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4월에 개정판이 검정 신청될 예정)는 그 전쟁을 백인종에 대한 황인종의 승리로 보는 인종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전쟁 이후 언론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 시각은 별다른 비판없이 수용돼 구미와 일본의 대립을 조장했고 일본의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 최근 산케이신문 등 보수신문이 러일 전쟁을 크게 다루며 그것을 이라크 파병과 연관지어 다시 한번 아시아 대국으로 부활하자는 식으로 몰아 가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배후에는 일본 내 군산복합체의 이해가 깔려 있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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