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국가정보원 서동만(사진) 기조실장의 교체는 하나의 '사건'이다. 서 실장은 고영구 원장과 함께 국정원의 양대 핵심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던 정권의 소장 실세였다. 정권 출범 초 야당의 이념공세 등 만만찮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서 실장 안을 밀어붙였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때문에 그의 교체는 현 정권 권력지형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유력하게 나오는 얘기는 고 원장과 서 실장의 갈등설이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해 말 이뤄진 국정원 간부 인사 때 결정적으로 등을 졌다고 한다. 당시 인사 실무책임자인 서 실장은 DJ 정부가 배려했던 호남 출신 간부들을 대부분 퇴진시키는 내용의 '개혁인사안'을 고 원장에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 원장이 "화합형 인사가 좋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두 사람 사이가 불편해졌다는 후문.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해 말부터 "고 원장이나 서 실장 두 사람 중 하나는 연초에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 원장의 성격이 생각보다 깐깐해서 서 실장이 자기 뜻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노 대통령이 서 실장의 실무능력에 실망, 신임을 거둬 경질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로 서 실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사표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전체 살림살이를 하는 자리인데 서 실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보고가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올라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신임 김만복 실장이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 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 국정원맨이라는 점이 서 실장과 상대적으로 많은 비교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 실장이 최근 국정원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었으나 이에 대해 청와대가 별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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