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적용할 수 있는 재테크 노하우가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끊임 없이 새로운 금융 상품이 쏟아지고, 이를 둘러 싼 금융 환경도 하루하루 급변한다. 분석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주식 투자 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리 예측하고, 또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는다면 재테크에서 낙제점을 면할 수 없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감안한 재테크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때다.1.금리상승기땐 "회전식 정기예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는 금리가 완만하나마 상승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지표 금리가 6% 정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금리 상승기에 기본 원칙은 단기로 상품을 운용하는 것이다. 예금 가입 기간을 짧게 선택해 새로 가입할 때마다 오른 금리를 적용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일정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은행의 '회전식 예금' 상품이 주목 받는 이유다.
회전식 예금은 대체로 고객이 회전 주기를 선택하면 주기 때마다 시중 금리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 주는 상품. 그냥 연 4.0%짜리 일반 정기예금에 1년간 1,000만원을 예금 한다면 시중 금리가 아무리 상승해도 1년 뒤 받을 수 있는 이자는 40만원(세금 공제 전)에 불과하다.
하지만 3개월의 회전 주기를 갖는 회전 예금에 가입했다면 예를 들어 1분기 4.0%, 2분기 4.2%, 3분기 4.5%, 4분기 4.6% 등 3개월마다 새로운 금리를 적용 받아 1년 뒤 받을 수 있는 이자가 43만원이 넘는다.
이런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그렇다면 3개월 짜리 정기예금과 뭐가 다를까…."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는 회전식 예금은 통상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이어서 1년제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3개월 짜리 정기예금에 비해 0.2∼0.3%포인트 가량의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가입기간이 1년이 넘으면 1인당 저축액 4,000만원까지 세금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특히 만기 때마다 일일이 새로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가입 기간 중 금리가 하락한다면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오히려 금리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둬야 한다.
회전식 예금은 지난해부터 급속히 인기를 끌면서 현재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시판하고 있는 상품. 은행별로 상품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국민은행의 '금리연동형 국민 수퍼정기예금'과 신한은행의 '프리미엄 회전 정기예금'은 1∼6개월 중 월 단위로 회전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두루두루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은 월 이자 지급식, 3개월 이자 지급식, 연 이자 지급식, 만기일시 지급식 등 종합 과세에 대비해 이자 지급 시기를 다양화한 것이 매력포인트로 꼽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2.주가변동기땐 "주가지수연동 예금"
외환은행이 지난해 6월 판매한 6개월 짜리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안전전환형 8호의 경우 연 수익률이 무려 20%에 달했다. 주가지수 상승 폭에 따라 이자가 달라지도록 설계돼, 만기일이었던 1월 중순 KOSPI 200지수가 상품 판매 당시보다 20% 이상 상승하면서 고객과의 약속대로 연 20%의 이자를 지급했다. 1,000만원을 투자한 고객이라면 세전으로 6개월만에 100만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조흥은행의 'Mr.불 정기예금' (연 24.6%), 신한은행의 '3차 ELD 상승형 5호'(연 21.9%) 등 연 20%를 넘는 수익률 상품이 속출했다.
주가지수연동상품은 예금이나 펀드 수탁액의 일부분을 주식이나 주식 관련 파생 상품에 투자해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현재 은행, 증권사, 투신사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 바로 주가지수연동예금이다. 주가지수연동예금은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1인당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상품 중 가장 안정적이다. 원금 보장을 원하면서 주가 등락에 따른 수익률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하지만 주가가 800대 중반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향후 주가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주가 전망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른다고 무조건 가입할 것이 아니라 만기 때의 지수를 염두에 두고 상품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최근에는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보장하거나 약정된 주가상승 폭을 넘어서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품까지 나왔다. 한미은행이 4∼19일 판매하는 '한미 지수연동 정기예금' 1년 성장형의 경우 만기 지수가 기준 지수 대비 한 차례라도 30% 이상 상승한 경우 연 6.0%의 이자를 지급하고, 0∼30% 상승한 경우에는 지수 상승률의 60%의 이자를 지급하는 재미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입시 약관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3.환율하락기땐 "보수적 환테크"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범상치 않다.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도 강력하지만 달러 약세 기조 속에 아시아권 통화에 대한 가치 절상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환율이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든 환율 변동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환(換)테크'를 잘 하는 것도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일 수 있다.
환테크의 기본은 외화예금 계좌를 만들어 달러가 쌀 때 미리 환전해서 통장에 넣어두었다가 환율이 오를 때 찾는 것이다. 가입 시점과 만기 시점의 환율 차이를 이용한 환 차익을 노릴 수 있는데다 만기에 달러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만약 지금이 환율의 바닥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서둘러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개인들이 환테크를 통해 돈을 벌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외화예금의 금리는 일반 원화 예금의 금리에 비해 턱없이 낮다. 1년짜리 원화 예금의 금리는 4∼5%에 달하지만 외화예금의 금리는 1% 안팎에 불과하다. 무려 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환전 수수료도 염두에 둬야 한다.
외화예금을 이용할 경우 시장 환율과 실제 적용되는 환율이 다르기 때문에 환율이 제자리 걸음이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가입시에는 전신환매도율, 만기에는 전신환매입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외화예금에 가입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달러 당 20원 안팎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외화예금 등 적극적인 환테크보다는 달러 사용과 관련해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보수적인 환테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전은 될 수 있으면 늦추고 해외 여행 때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해외 송금 시기는 되도록 늦추는 것이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의 기본적인 행동 수칙.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만약 환율 하락기라는 판단이 선다면 달러 가치가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인 만큼 결제나 환전을 되도록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며 "주거래은행을 통해 최고 70%까지 가능한 환율 우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환테크의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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