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 한 달이 지났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 이 제도를 놓고 긍정론과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소비자들은 휴대폰을 바꾸더라도 번호가 그대로 유지돼 편리하고 사업자들은 브랜드가 아닌 서비스 품질을 통해 경쟁하게 됐다는 점이 긍정론이다. 반면 시행 초기이다 보니 전산시스템의 불안정성이 노출됐고 사업자 간에 과당 경쟁이 벌어질 조짐이 있으며 이에 따라 업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호 비방을 비롯한 과도한 경쟁, 후발 사업자 고객에 대한 역차별론과 선발 사업자 대리점의 반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월 현재 번호이동성 제도 실시 이후 고객 이동 수는 약 30만명이고 이의 3분의 2 가량은 2위 업체인 KTF로 옮겨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번호이동으로 인한 가입자 변동은 비교적 적고 후발 사업자 중 자금력이 풍부하고 자사 재판매라는 유통 루트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후발 사업자 고객의 선발 사업자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올 하반기부터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선발 사업자가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의 목적이 소비자의 이익 증대에 있고 이동통신시장 구조의 정상화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향후 이동통신업계의 시장 집중도 및 이에 따른 시장 왜곡 현상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은 향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번호이동의 방향성이 순차적으로 풀린 후 2008년경 통합번호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다. 번호이동성 제도는 향후 이동통신시장의 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당국은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최근 통신위원회는 이동 통신사들의 부당행위를 제재키로 결정했다. 이는 번호이동성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징계한 것이어서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정부의 감시 및 제재 활동은 좀 더 항시적이고 징계 수위도 강력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도 시행 후 시장구조의 향방에 대한 고찰과 이에 대한 대비책들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오 정 석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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