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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떠난 농구스타 전주원의 24시/"엄마로서도 스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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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떠난 농구스타 전주원의 24시/"엄마로서도 스타 될래요"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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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10년보다 뱃속 10개월이 인생을 결정한대요." 육아 전문가의 명언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은퇴한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스타 전주원(33)의 인터뷰 첫마디다. 올림픽 3연속 출전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임신. 남편 정영렬(34·스포츠 마케팅)씨의 표현대로 '덜컥 사고를 친' 덕분(?)에 전주원은 농구스타의 길을 접고 '명품이' 엄마로 제2의 인생을 선언했다. 초보 예비엄마로 전업 주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꼭 3주. 줄기차게 코트를 누비던 그녀는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9일 전주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뜻밖의 대형사고

지난달 19일(은퇴를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오후11시30분 일본 센다이. 아내는 남편에게 아시아농구선수권 대만전 승전보 대신 낯선 땅에서 홀로 가슴 졸였던 임신테스트 결과를 알렸다.

남편 : 어떻게 됐어?

아내 : 응∼ 두 번 다 양성 반응이야.

남편 : (무미건조하게) 축하해.

아내 : 정말 축하해? 정말이야?

결혼 6년 만에 첫 아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남편의 반응치곤 밋밋하다. 다음 말은 오히려 심각하다.

남편 : (머뭇머뭇) 갑자기 사고 쳐서 팀에 미안하고 3연속 올림픽 출전도 해야 하는데…

당황하긴 아내도 마찬가지. 어색한 통화가 끝난 다음날 남편은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나와 한아름 꽃다발을 전주원에게 안겼다.

초보 예비엄마의 하루

오전8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 전주원 자택. 남편은 깨자마자 전주원의 배에 귀를 쫑긋 대고 아이의 안부부터 챙긴다. "우리 명품이 잘 잤니?" 그녀는 "남부럽지 않게 명품으로 키우자는 의미로 오빠(남편)가 지은 아기의 가명"이라고 했다. 밖에선 '스타'지만 안에선 '0점짜리 주부'였던 그녀가 맘먹고 아침밥을 짓는다. 한참 뜸을 들이는데 갑자기 "욱∼" 속이 매스껍다. "입덧이 생각보다 심해요. 하루종일 차 멀미하는 기분이에요. 몸이 나아지면 신랑 밥은 꼭 챙겨야죠." 빵과 쿠키를 내온 그녀는 "입덧이 덜한 음식이래" 하곤 애교를 부린다.

오전9시 남편이 출근하면 그녀는 '아기 뇌를 좋게 만든다'는 태교음악을 들으며 집안 청소와 빨래를 한다. "스포츠선수하면 운동만 잘하는 줄 아는데 전 음식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해요.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거지." 그녀의 말처럼 집안 곳곳은 신혼 집처럼 깔끔하다.

간단한 점심을 마치면 "아기한테 좋다"며 낮잠을 잔다. 오후엔 본격적인 육아 공부. 그녀는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육아교재 2권을 번갈아보며 신기해 한다. "아기 탄생하는 게 적나라하게 나와서 놀랬어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쏙쏙 들고…."

저녁식사는 입덧 때문에 당분간 5분 거리의 시댁에서 신세를 지고 있단다. 미역국 김치찌개 삼계탕 등 그녀만의 음식 솜씨를 남편에게 뽐낼 기회가 아직 오지 않은 게 속상한 표정이다.

오후10시30분.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전주원표 라면'을 끓여 주면 슬슬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아기를 위해" 취침 시간은 자정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원칙.

아기보다 소중한 게 없잖아요

분홍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단발머리, 앳된 얼굴의 그녀지만 수다는 보통 '아줌마' 뺨친다.

"유산이요? 소중한 생명인데 제 욕심 때문에 버릴 순 없잖아요."

"21년 동안 농구하면서 하루도 게을리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후회도 없고 당분간은 아기랑 남편만 위해 살 겁니다. 친구집에도 놀러 가고 쇼핑도 하고 장도 보고…"

"9월28일이 출산예정일인데 한가위하고 겹치나 봐요. 평생 생일상 못 얻어먹을까 걱정인데 좀 늦게 낳을 순 없나?"

이번 주엔 남편과 병원에 들려 초음파로 아기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어떤 소리일까?" 그녀는 매일매일을 설렘으로 보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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