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체 대출을 장기 대출로 전환해 주는 '대환 대출' 제도가 카드 연체율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대체할 '리볼빙(회전 결제) 제도' 도입이 확산될 조짐이다. 아직 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결제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카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이는 외국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전통적인 리볼빙 제도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당장 결제액이 적다는 이유로 무작정 사용했다가는 대환 대출을 이용하는 것처럼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리볼빙 제도는 우량 고객 대상
국내에 신용카드 리볼빙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무렵.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 선을 보였다. 전통적인 리볼빙 제도란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신용 구매를 한 고객들이 다음달 결제일에 사용 대금의 전액이 아니라 일정 비율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언뜻 할부 결제와도 비슷해 보이지만 자신의 재정 상태에 맞춰 결제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씨티 리볼빙카드의 경우 매월 결제액의 최소 3%만 결제를 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첫 달 100만원을 사용했다면 다음달 3만원만 우선 갚으면 되고, 다음 달 다시 53만원을 사용했다면 남은 잔액(150만원)의 3%, 4만5,000원만 갚으면 되는 방식이다. 특히 신용카드 결제 대금이 빠져나가는 통장의 잔고가 결제 대금의 3∼5% 이상만 유지하면 총액 한도 안에서 신용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어 갑작스러운 카드 사용 정지 등에 대비할 수 있다. 매월 일정 소득을 벌어들이는 회사원 등 정상적인 카드 고객들이 리볼빙 제도의 주 고객인 셈이다.
리볼빙 제도는 대환 대출의 변형
반면 최근 비씨카드가 중심이 돼서 추진중인 리볼빙 제도는 주 대상이 연체 고객들이다. 대환 대출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1개월 가량의 단기 소액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연체 결제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록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사실상 리볼빙 제도라기 보다는 고객에게는 신용 회복을 도와주고 회사 입장에서는 회수율을 높이는 신용 회복 제도인 셈이다.
비씨카드는 일단 제도 초안을 만든 뒤 2월말께 최종 확정할 계획. 1∼2개월 연체자들 중에서 연체액이 일정 금액(예를 들어 500만원) 미만인 고객들 중에서 상환 의지가 있는 고객들에게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적용 금리와 분할 상환 기간도 아직 미정이지만, 10%대 후반∼20%대 중반의 금리에 2∼5년 정도 상환 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다.
하지만 소액 연체로 인해 신용불량자의 낙인을 찍히는 것을 방지해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대환 대출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업계 카드사 한 관계자는 "대환 대출이 문제가 된 것은 부실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미래로 떠넘겼다는 데 있다"며 "연체자 리볼빙 제도 역시 높은 금리 등을 감안하면 대환 대출의 변형에 불과한 만큼 고객들도 이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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