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젊은이가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육사(웨스트포인트)의 학생회장 격인 '생도 여단장'(Brigade Commander)이 돼 화제다.9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 4학년 정한샘(22·미국명 그레이스 정·사진)씨가 지난해 말 4,000여 육사 생도 중 서열 1위인 여단장생도로 임명됐다.
여단장생도는 생도의 규율 확립과 자체행사 기획·시행은 물론 생도를 대표해 외부 귀빈을 맞이하는 의전역할과 언론에 생도들의 의사를 전하는 대변인 임무도 수행하는 직책이다. 웨스트포인트 사상 여성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생도여단 부(副)대장으로 생활하다 여단장직을 승계한 정 생도는 고교 시절 축구팀 주장을 맡았고, 육사에서는 낙하산 스포츠팀에서 활동한 맹렬여성. "색다르고 도전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어 육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2년간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자문할 정도로 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으나 3학년 때 최우수 생도에 해당하는 특무상사(Sergeant Major) 생도에 발탁되는 등 지도력을 인정 받아왔다. 레오 브룩스 생도대장(육군 준장)은 "그레이스 정은 육사 프로그램을 군사적, 체력적, 학문적으로 훌륭하게 이행해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검증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좋은 리더십이란 남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낙하산 팀에서 얻은 교훈을 리더십 발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장비 준비를 돕거나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하는 등 남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은 여러 사람을 지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큰 것에만 사로잡혀 정말 중요한 작은 일을 놓칠 수 있다. 작은 요소가 부대를 만들 수도 있고 와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 정은 졸업 후 육군 항공기 조종사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13세 때인 95년 오빠 한뜻(24·미국명 티모시 정)씨와 함께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자전거 대륙횡단에 나서는 등 고국행사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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