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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美에 도전한다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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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 시공사가 6월께 강찬호·서승원의 공동작 '메가시티 909'를, 12월에는 형민우의 '스틸쉐도우'를 미국 현지에서 발행하고 CNS 역시 6월께 강찬호·서승원의 '토탈메탈'을 미국에서 선보인다. 국내에서 출판된 일부 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수출되고는 있지만, 이들 만화는 아예 미국 시장을 겨냥해 영어 대사를 사용하고 미국인의 구미에 맞는 그림 스타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올 컬러 제작도 미국을 노린 것. 내용 역시 미국 정서에도 잘 맞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SF물이다.

시공사는 또 최근 형민우의 작품집 '저스티스 엔 머시'도 발간했다. 호쾌하고 세밀한 컬러 및 흑백 인물상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곧 영어로도 제작돼 미국의 만화회사와 스튜디오로 보내진다.

이 같은 미국 진출 움직임은 미국에서 동양 만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공사의 아트 디렉터인 에디 유 과장은 "미국인들은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동양의 정신문화에 호기심을 갖는 것 같다"며 "만화에서는 동양의 그림 스타일에 특히 흥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동양 만화의 그림에 수작업 요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 특히 우리나라 작품은 밑그림을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반면 미국 작품은 전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만화는 음영이 두드러지고 깊이가 있어 보여 미국인들로부터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시공사는 '메가시티 909'와 '스틸 쉐도우'에 대한 미국에서의 반응이 좋으면 유럽에서도 판매한뒤 한국에서는 나중에 발행할 계획이다. CNS 역시 '토탈 메탈'을 국내에서는 인쇄만 해서 미국에 보급하기로 하고 현지의 유통업체와 접촉중이다. CNS의 한 관계자는 "우리 만화는 스토리가 약간 떨어지지만 그것만 보완하면 미국 시장 진출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박성식 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사업팀 과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형성 작업"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종래 국내 출판 만화의 번역, 수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시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만화의 선두주자로 미국, 유럽 등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작 만화의 수출액은 2002년 70만 달러에서 지난해 500만 달러로 7배나 늘어나는 등 최근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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