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라는 연구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또 한바탕 벌어진 고교 평준화에 관한 소모적 논란을 접하면서 문득 영국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였던 디즈레일리(1804∼81)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물론 여기서 통계란 객관적 유의성이 결여된 의도적 통계를 지칭할 게다."평준화로 인해 학교에서 우수 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어 사교육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은 더욱 어렵게 되어" 고소득층 자녀의 '학력 세습'이 고착화됐으며, "도시 지역―비도시 지역의 구분이 입학률 격차의 중요 결정 요인임을 시사한다"는 등의 요지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대학은 '들어오는' 신입생을 멀건히 보고만 있어야 하나? 정말 그렇다면 학생 선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게다. 비도시 지역이나 저소득층 학생을 선발하고 싶다면, '지역할당제'를 확대하고 '소득할당제'를 신설해서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되지 않나? 신입생 선발 실패를 고교 평준화 탓으로 돌리려는 대학의 처지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유신독재 시절인 1974년에 도입된 고교 평준화 제도는 당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된 것이 아니다. 2001년에야 비로소 지역을 확대한 수도권의 경기도조차도 아직 수원과 안양 등 5개 권역에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현재 평준화 실시 비율은 전국 일반계 고교의 절반 정도(50.4%)에 불과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23개 도시 지역에서만 시행하고 있을 뿐, 비도시 지역은 여전히 비평준화 지역으로 차별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 평준화의 근본 문제는 평준화라는 허울 좋은 기치 아래 30년 동안이나 도시 지역과 비도시 지역을 차별해 왔다는 사실에 있다. '입학률 격차의 중요 결정 요인'이라는 도시 지역―비도시 지역의 격차는 바로 평준화 지역―비평준화 지역의 격차에 다름 아닌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교사 평가나 내신 위주의 대학 입시 등을 거론하기에 앞서서, 고교 평준화가 초래한 지역 차별과 교육 기회 불균등의 문제부터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사회계층이 고착화되는 경향은 세계적 현상이다. 교육이란 평등이 아니라 차별성을 추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가 균등하다는 점을 용인한다면 사람들은 결과의 불평등을 인정하기 마련이다. 기회 균등이란 정부의 간섭이 적을수록 더욱 확대되는 속성이 있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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