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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군복무 아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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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군복무 아들의 편지

입력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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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아들로부터 편지가 왔다. "아버님께, 훈련을 받느라 편지가 늦었습니다"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우리 가족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구구절절 배어나왔다. 아들은 지난해 여름에 입대했고 이번에 세 번째 편지를 보내 왔다.다음 달이면 고3이 되는 딸 아이는 "오빠가 손수 쓴 편지를 보니 감동이 크다"며 투박한 글씨체로 쓴 편지를 신기한 표정으로 읽어 나갔다. 딸은 인터넷 세대여서 종이 편지를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딸은 집에 돌아오면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벌써 구세대가 된 나는 딸의 그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아내와 연애를 하던 197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이나 컴퓨터라는 말 자체를 듣기가 어려웠다. 나는 아내가 보고 싶을 때면 문구점에 가서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골라 밤을 새우며 러브레터를 쓰곤 했다. 편지는 으레 '그리운' '보고싶은'으로 시작됐다. 때로는 유명 시인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을 때면 왜 그리도 가슴이 뛰던지….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장에 가신 어머니가 맛있는 것을 가득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소년의 심정이 되곤 했다.

이제는 이메일이 편지를 대신하고 있지만 편지는 여전히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연시에도 나는 과거처럼 지인들에게 손수 작성한 연하장을 보냈다. 그런데 손수 쓴 편지 답장을 보내온 지인은 없었고 이메일 답장만 서너 통 왔을 뿐이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 쓰는 편지의 정감과 맛을 모르게 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이렇게 종이 편지를 예찬하는 나를 되돌아보니 역시 나는 구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 같았던 청춘의 시절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이야.

다음달이면 아들 녀석이 휴가를 나온다지만 나는 지체 없이 아들에 대한 진솔한 그리움을 담아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아, 늘 건강하거라! 오늘 이 아빠가 너에게 그리움의 우물물이 가득 담긴 사랑의 러브레터를 보냈으니 아마도 2∼3일 후면 받아볼 수 있을 게야. 사랑한다. 아들아."

/hk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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