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뜯어고치는 1년 여의 개보수 공사가 거의 끝났다. 1978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느라 2002년 12월부터 문을 닫았던 대극장이 28일 빈 필 연주회를 시작으로 두 달 간의 재개관 페스티벌에 들어간다. 318억원을 쏟아부은 대공사의 막바지 마무리가 한창이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어둡고 칙칙하던 객석 내부가 고급스럽고 화사하게 바뀐 것. 노란 색이던 의자를 빨간 의자로 바꾸고 천정과 벽면도 붉은 빛 원목으로 마감해 따뜻해 보인다. 의자가 커지고 줄 간격이 넓어져 더 편안해졌다. 전체 객석은 예전보다 747석 줄어든 3,075석. 어느 자리에 앉든 시야는 좋은 편이다. 2층 귀빈석은 없애고, 휠체어를 탄 채 볼 수 있는 장애인석을 1·2층에 30개 마련했다.
1·2층은 의자마다 등받이 뒷면에 액정 화면을 설치했다. 공연 정보와 동영상, 오페라 자막을 영어 일어 이탈리아어로 보여준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극장 등 외국에는 더러 있으나 국내 공연장에는 처음 등장한 장치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화면이 신경 쓰여서 싫으면 끌 수 있다. 3층은 경사가 심해서 앞 좌석 화면을 보는 게 고역이기 때문에 등받이 액정 화면 대신 좌우 벽에 큼직한 스크린을 달았다.
귀로 확인할 변화는 음향의 개선이다. 공연 종류에 따라 잔향과 음압을 조절할 수 있는 음장제어장치를 갖췄다. 벽면에 집어넣은 240여 개의 스피커로 음향을 보정한다. 너무 낡고 무거워서 각도 조절이 어렵던 무대 음향 반사판은 슬쩍 밀기만 해도 움직이는 가볍고 튼튼한 것으로 바꿨다. 이번 공사에서 대극장 잔향은 1.3초(±1초)로 설계됐다. 실제 측정 결과는 1.5초. 다목적 홀이지만 클래식 공연에도 큰 무리가 없을 만한 만족스런 수치다. 너무 커서 클래식 공연에는 안 맞는 '운동장 음향'이라는 불평이 줄어들 것 같다. 오히려 대중가요·뮤지컬 등 앰프를 쓰는 공연을 할 때 울림이 심하지 않게 잔향을 줄여야 할 판이다.
무대 설비도 보강됐다. 배경막과 조명을 고정시키는 배튼이 종전 20개에서 39개로 늘어났고, 배튼 오르내리는 속도가 3배 빨라져 신속한 무대 전환이 가능해졌다. 로비는 별로 손대지 않았다. 천정과 벽, 조명을 환하게 바꾼 정도. 객석 중앙 출입문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안내 데스크 겸 옷 등 물품 보관소를 만들었다.
새 단장을 마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두 달간의 재개관 페스티벌에 이어 연말까지 축하공연으로 화려한 한 해를 보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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