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동조 속에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표결 분석 결과, 민주당 참석 의원 35명 중 절반 정도가 찬성한 것으로 보여 민주당의 부담도 만만찮을 전망이다.결의안이 통과된 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검찰의 표적 편파 수사 등 행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입법부 차원에서 견제하고 저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 "상정됐는데 어떻게 반대하느냐"는 등의 볼멘 소리도 나왔다.
앞서 6일 석방결의안을 제출했던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등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하자 이날 의안 변경안을 기습 제의,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석방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켰다.
열린우리당은 당연히 비판의 날을 곧추세웠다.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국민의 법 감정과 맞지 않고 구속된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적 공조"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한나라당 비난에 가세했지만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국민의 법 감정과 정치개혁에 관한 요구를 생각할 때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어떻게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을 빼내자고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새로 돈 받은 사람을 안 잡아넣느냐며 청문회를 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는 대응을 자제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강한 톤으로 "국회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오후에 퇴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고, 안대희 중수부장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지검 검사들은 "국회의원들이 선거에서 심판 받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후8시께 지지자 100여명의 환영 속에 서울구치소를 나온 서청원 의원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할 말은 많지만 법 절차에 따라 조사에 응하고 법정에서 충분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자택에 들렀다가 밤 10시30분께 국회에 등원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실에 들러 15분여간 환담을 하고 나온 서 의원은 "석방을 결정해 준 의원들에게 감사하다"며 "FTA 등 국가적 중요한 현안을 마무리 짓는게 나의 석방 의도라 생각해 늦었지만 표결에 참여하려고 국회에 왔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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