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억원 펀드 모금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44·구속)씨는 노 대통령 취임 전 이천 병원 설립을 포기했다가 노 대통령 취임후 병원 설립을 재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민씨는 노 대통령 사돈 신분을 내세우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민씨가 조성했다는 펀드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민씨 대통령 사돈 신분 내세워"
의료기기 납품업자인 김모(47)씨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씨가 2002년 대선 직전 '사돈이 대통령이 되면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며 "노 대통령 취임후 민씨 주변에 건축업자 등이 꼬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또 2002년 자금부족으로 이천 I타운 매입을 포기했다가 대통령 취임 직후 I타운 소유주 이모(43)씨와 동업으로 이천 병원 신축을 본격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민씨가 노 대통령 사돈 신분을 적극 활용했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민씨는 2002년 4월 이씨로부터 이천 I타운을 49억원에 매입키로 계약했으나 중도금조차 완납하지 못해 같은 해 10월 계약을 해지했다가 지난해 3월 이씨와 450억원을 들여 이천 병원을 짓기로 다시 구두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민씨는 병원 전산시스템 및 설계 계약을 맺고, 이씨는 16억원을 들여 건물 임대인들을 내보내는 등 병원 설립을 본격 추진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민씨를 존경해 뒤를 봐준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민씨를 지원해준 '제 3의 인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실 수사 논란
경찰은 그러나 민씨의 653억원 펀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 경찰은 이날 "민씨 관련 계좌 30여개를 추적했지만 잔금이 수백만원인 계좌가 대부분이고, 거액이 드나든 흔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씨가 투자자금을 동업자 계좌에 나눠 관리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경찰의 계좌추적이 주변부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또 민씨의 사기혐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사건을 단순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경찰은 민씨가 식당운영권을 미끼로 부동산업자 박모(50)씨로부터 8차례 5억3,050만원을 받아 챙겼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지만 민씨의 변호인은 "박씨가 '민씨에게 준 돈은 4억7,250만원'이라며 영수증까지 제시했는데도 경찰이 특경가법 적용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5억여원이라고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은 영장에서 민씨가 8번째로 받은 5,000만원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를 명시하지 못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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