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성곡동 시화공단내 철근 제조업체인 제일제강(주). 철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빌렛(Billet·철강 반제품)을 자동 운반하는 컨베이어와 완제품인 철근을 운반하는 크레인에서 나오는 소음, 그리고 빌렛에 열을 가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냉기만 가득했다.'중국발 국제 원자재 대란'으로 빌렛의 수입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수입을 중단하고 지난달 28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해 10일째 기계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봄철 건설성수기를 앞두고 24시간 공장 가동을 해도 부족할 정도였지만 4,000여평의 공장안에선 2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나와 한 켠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기계를 보수·정비하고, 재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다"
연간 30만톤의 철근을 생산, 매출액 등에서 업계 9위인 제일제강(주)은 이번 가동중단으로 4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 등록업체로서 공시한 대로 16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걱정이 태산 같다. 원자재인 빌렛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폭등했지만 완제품인 철근의 국내 판매가격은 지난해 톤당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12.5%에 오르는데 그쳐 원자재값이 완제품보다 비싼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업체 안우광(44) 이사는 "수입가가 톤 당 40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수입을 할 수 없다"며 "설사 공장을 재가동하더라도 이미 공급 계약이 체결된 물량만 생산하고 추가 수주 계약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입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원자재 가격 폭등이 과거 고철(古鐵)과 빌렛의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경기 활황 등에 힘입어 '블랙홀'처럼 국제 원자재를 싹쓸이해 빚어졌기 때문이다. 안 이사는 "인플레이션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이 경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 추세가 꺾여 국제 원자재 가격이 조정될 때 까지는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중소업체는 폐업 위기
제일제강(주)이야 공장 자동화 시설이 다 돼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영세 철강이나 비철금속을 원료로 하는 중소업체들은 사실상 폐업 상태나 다름없다. 경북 포항지역과 인천 등지에 있는 10여 곳 철근제조업체들은 재고량이 바닥나 조만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주물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문을 걸어 잠궜다. 부산에 있는 주물업체 S사 관계자는 "가동을 중단하고 매일 대책 회의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INI스틸이나 동국제강 등 대기업도 3월부터는 정상 가동 여부가 미지수다.
/안산=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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