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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7> 암 치료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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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7> 암 치료의 새로운 시도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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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중문의대 백광현 교수팀은 최근 암 억제 단백질인 p53을 조절하는 mHAUSP라는 새로운 효소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 연구 결과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에서 열렸던 국제암학회에서 발표됐으며, 이 유전자에 대한 국내 특허가 출원된 상태이다. 최근 시도되는 암 유전자 치료법과 mHAUSP의 발견이 암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암은 유전자 질환

얼마 전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왕게라고 부르는 킹크랩이 잡혀 화제가 됐다. 흔히 고급 요리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킹크랩은 지금까지 모두 수입해왔다. 동해에서 40여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킹크랩이 다시 잡힌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게(크랩)는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인데, 암(cancer)의 어원이 거기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암(cancer)은 희랍어 'karkinos', 라틴어 'cancrum'에서 유래됐는데, 모두 'crab(게)'을 뜻한다. 암세포가 다닥다닥 붙어서 성장하는 모습이 게가 앞다리로 꽉 물고 붙어 있는 모습과 유사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암은 세포의 갑작스러운 과잉 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일반 세포가 분열을 해 1에서 2가 될 때 암세포는 100이 되거나 1,000이 되는 것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렇게 증가한 암세포는 혈관이나 림프관을 따라 다른 신체 부위로 이동, 전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일반 세포의 경우 간세포는 간에만 존재하는데, 암세포로 변형되면 폐나 위 등 신체의 다른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

때문에 유방암 환자가 절제수술을 해서 유방을 다 들어냈다고 해도 이미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이동해 뇌나 대장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하고 그만큼 완치를 장담하기 힘든 질병이다.

1980년대 이후 DNA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암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내려졌다. 분자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암은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자 질환으로 밝혀진 것. 이에 따라 암의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유전자 치료법이란 특정 유전자를 끼워 넣어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발현하는 새로운 세포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암의 치료법은 1950년대의 외과수술요법, 1960년대의 방사선요법, 1970년대의 항암화학요법, 1980년대의 면역증강요법을 거쳐 1990년대 유전자치료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술요법은 앞서 말했듯이 전이되는 암세포를 모두 제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방사선요법을 시술하면 세포분열이 방해돼 암세포 증식을 막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일반 세포도 분열이 안 된다는 점이다. 임파구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마스크를 써야하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세포분열을 못하게 막는 화학물질을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도 일반 세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데 문제가 있다.

게놈의 수호자 p53

이에 비해 면역증강요법은 암세포에 면역반응과 세포성장을 유도하는 유전자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넣어 임파구를 증식하고 이로써 암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법(능동면역)이다. 또 암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특이 임파구에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유전자 물질을 도입해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방법(수동면역)도 있다.

하지만 1㎝ 크기의 악성 종양은 10억개 이상의 암세포로 구성돼 있어 모든 종양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이 치료법의 한계다.

또 다른 유전자치료법으로는 암을 일으킨 문제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을 바꾸어 기능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염기서열이 잘못 이루어진 DNA를 가진 유전자가 있을 때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발현돼 암이나 다른 질환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염기서열을 가진 치료용 유전자를 매개체와 결합시켜 몸 속에 넣어 문제 유전자를 바로잡는 치료법이다.

한편 자살유도 유전자를 주입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유전자 치료법도 있다. 뇌세포와 신경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는 노화돼 결국 죽게 된다. 이처럼 특정한 시간, 특정한 부위에 세포의 죽음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바로 자살유도 유전자이다. 암세포에서 이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면 암세포가 죽게 되므로, 자살유도유전자를 매개체와 결합시켜 종양 부위에 주사하면 된다.

현재 연구되는 유전자치료법 가운데 또 하나는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을 주입해 암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세포 경찰 또는 게놈의 수호자라고도 불리는 p53은 DNA의 염기서열이 잘못돼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활동하는 단백질이다. p53은 발암물질 등이 침입했을 때 세포분열을 억제해 암세포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한다.

이번에 우리 연구팀이 발견한 탈(脫)유비퀴틴 효소인 mHAUSP는 p53의 사멸을 막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p53 단백질은 사용된 뒤 유비퀴틴이라는 작은 단백질과 결합해 프로테아좀이라는 세포 내 소기관에서 분해돼 없어진다.

그런데 mHAUSP는 p53에서 유비퀴틴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p53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계속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mHAUSP를 매개체와 결합시켜 암세포에 주입한 결과 2주 후 암세포가 죽어 가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mHAUSP의 활동으로 p53 단백질의 양이 증가됐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은 mHAUSP 유전자를 안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약물의 개발에 성공하면 기존의 암 치료법과는 다른 개념으로 자기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 암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치료용 유전자 전달을 위해 매개체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등에 항체가 생성돼 반복 사용될 수 없는 유전자 치료법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중인 여러 유전자 치료법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 암 정복의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백 광 현 포천중문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교수 경희대 생물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생물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박사후연구원

강남 차병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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