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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꿈꾸는 와인세대, 남성 갱년기 "벽"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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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꿈꾸는 와인세대, 남성 갱년기 "벽" 뚫어라

입력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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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명예퇴직 형식으로 직장을 그만 둔 최모(54)씨는 30년 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계속 피곤하고 입맛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면증과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와 여생을 여유롭게 즐기려고 했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좀 쉬면 되겠지 싶어 아내와 여행도 떠나봤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병원을 찾은 최씨는 '남성 갱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최근 한 광고기획사가 45∼65세 중·장년층을 '와인(WINE·Well Integrated New Elder)세대'로 명명해 화제를 모았다.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중·장년층을 오랫동안 숙성돼 깊은 향과 맛을 지닌 와인에 빗댄 것이다. 이들 와인세대는 삶의 질을 향상시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최근 새롭게 일고 있는 '웰빙 열풍'과도 무관치 않다.

진정한 와인세대로서 삶을 즐기고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선행돼야 한다.

남성도 갱년기 있나?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 주변기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의 혈중농도에 이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폐경이 되고 열성홍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남성은 여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가 천천히 나타나고 또 개인차도 커서, 갱년기 발발 연령은 물론 증상도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남성도 나이가 들면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DEHA를 포함한 여러 호르몬이 감소해 여러가지 신체 변화가 서서히 나타난다.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제출된 '남자, 노화와 보건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폐경(menopause)에서 차용한 '안드로포즈(andropause)'라는 용어가 '남성 갱년기'라는 뜻으로 사용됐으며, 현재 미국내분비학회에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국제남성노화학회는 최근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지는 시점에 노화 증세가 나타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남성호르몬제제만 먹으면 증세가 쉽게 호전될 수 있다.

반면 남성 갱년기를 부정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버드대 의대가 발간하는 '남성건강 워치' 2003년 1월호는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 갱년기 치료를 위해 미국에서 2001년 100만명 이상이 남성호르몬 처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이홍규 교수는 "호르몬 감소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일 뿐이므로 '남성 갱년기'는 의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불분명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성욕감퇴가 노화의 신호탄

남성호르몬인 테스테스테론은 40대 이후 매년 1.2%씩 줄어들다가 70대에는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54세 남성의 여성호르몬 농도는 59세 여성보다 더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남성호르몬 감소를 촉진하는 주요인은 노화와 음주, 흡연, 스트레스, 비만, 영양결핍, 수면·운동부족 등이다. 특히 만성적인 음주습관은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주범이다.

남성 갱년기의 신호탄은 대개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40대 이후 남성의 80% 이상은 성욕 감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성 관계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인 상상력이나 환상도 시들해진다. 심하면 발기부전이나 발기불능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밖에 신체활동 저하, 복부지방 증가, 체지방 감소, 피부탄력 감소, 식욕저하, 불면증, 체모감소, 근력저하 등도 갱년기 현상이다. 심지어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골다공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제제 효과 있을까?

남성 갱년기 증후군이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방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호르몬을 먹거나 주사, 패치제 등으로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다. 호르몬 주사를 2∼4주마다 한 번씩 6개월∼1년 정도 맞으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회복하는 동시에 성욕 및 골밀도 증가, 근력 향상, 뱃살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릉탑비뇨기과 하태준 원장은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환자의 84.3%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남성 갱년기 증상을 스트레스나 노화 때문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호르몬 보충요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전립선과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호르몬 보충요법을 하기 전에 전립선과 간기능검사, 말초혈액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이홍규 교수는 "오래된 자동차의 부품 한 두 가지를 교체한다고 해서 새 차가 되는 것이 아니고 부품간 부조화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혈관 노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근육의 힘만 증가하면서 오히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을 먹으면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이 악화되고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간(肝) 독성이 있어 혈액 속 적혈구가 과다하게 증식해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남성호르몬 치료는 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증세가 심각한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갱년기 극복에 좋은 음식

남성 갱년기의 전형적인 증세인 성기능 감퇴를 극복하는데 음식도 좋은 방편이 된다. 마늘은 전세계 남성들에게 환영받는 강장식품.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고 성 신경흥분제의 역할을 하며 불감증 치료에 좋고 정력을 강화시킨다.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지을 때 노예들에게 마늘을 먹였다는 기록도 있다.

밤은 근육의 수축·이완을 돕고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해주는데 껍질을 벗긴 밤을 술에 담가두고 조금씩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추와 인삼을 달인 물이 좋다.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여 준다. 다만 당뇨병 환자는 먹지 말아야 한다. 깨죽은 중병을 앓고 난 뒤 허약해진 몸의 기운을 되찾아준다. 흰콩, 대추, 참깨를 함께 찐 뒤 단자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구기자를 술로 담가 마시면 정력증강에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을 돕고 긴장을 풀어준다. 특히 구기자술은 강정효과가 높아 총각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혈압이 높거나 피부가 거친 사람은 잣을 갖고 다니면서 먹으면 좋다. 잣은 강장식품의 일종으로 비타민E와 철, 인 등을 함유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며 혈압을 내려주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작용을 하며 오장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갱년기의 정서불안이나 초조감, 흥분 등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비파 오렌지즙이 도움이 된다. 껍질과 씨를 뺀 비파와 사과에 오렌지즙을 넣어 함께 간다.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커피·홍차 등 카페인 음료, 고추·후추 등과 같은 자극성이 강한 향신료는 먹지 않는 게 좋다. 알탕, 설렁탕, 곰탕 등은 요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뼈에 좋지 않고 동물의 내장은 콜레스테롤이 많아 피를 탁하게 한다.

/권대익기자

<도움말=안병철한의원 안병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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