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보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지각색의 사랑, 남녀관계, 우정을 그려주는 따뜻한 영화였다. 초반과 후반 히드로 공항에서 감동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매우 영국적인 영화이다.이 영화는 영국과 미국간의 역설적인 우정을 보여 주기도 하고 계급차를 뛰어 넘는 총리와 서민층 비서의 사랑, 다른 민족과의 결혼, 사랑, 친구의 신부를 향한 상충되는 감정 그리고 피상적이긴 해도 동성간의 사랑도 담고 있다.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인간관계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하나의 소우주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제곡 제목처럼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Love is all around you)'.
내 개인적인 경험과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다양한 문화·종교·가치관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얼마나 비슷한 존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한국에 살면서 서로의 차이를 주장하기보다 유사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서 정을 느낀다.
문화적, 언어적으로 차이가 있는 절대다수 속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일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라 마음과 정신이 함께 할 때 보상을 받는다. 문화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따뜻하게 손 내밀어 환영해 주는 한국 친구들과 문화적 차이를 좁히려는 나의 노력을 받아들여 주고 감사해 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한국 생활은 좋다.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울타리 안에서 생긴 우정은 매우 특별하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 차이 속에서 유사성을 찾으려는 대화와 서로를 향한 이해심이 필요하다. 그 관계는 마치 희귀한 꽃과 같아서 그 씨를 뿌릴 특별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마음의 문을 닫는 일은 여는 일보다 쉽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만 있다면 누구든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영국 모두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학업으로든 일로든 많은 외국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진정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우정을 나눌 기회가 생긴다. 이러한 기회를 저버리는 것은 인간애의 결핍을 보여 주는 것이며 우리의 이런 행동에 대해 후세들은 부끄러워 할 것이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는 보편적인 사랑을 위해 우리는 서로 미소짓고 도움을 주고 먼 타국에서 온 누군가를 이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 자신의 마음과 정신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콜린 소프 영국인/주한 영국문화원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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