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파트노이 지음·이명재 이주명 옮김 필맥 발행·1만6,000원
미국의 엔론이나 월드컴과 같은 대기업들의 대형 회계부정 사건은 왜 발생했고, 증권시장에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은 왜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파생상품이 급속히 등장하고 있는데 위험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 월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파란만장하게 펼쳐졌던 '규모와 수법이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했던' 새로운 금융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전염성이 강한 탐욕 바이러스다. 탐욕 바이러스의 발생, 감염, 발병,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부제가 말하는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이 통제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환상이며 현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린스펀 의장은 2002년 의회에서 "전염성 탐욕이 우리의 경제계를 휘어잡은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과거보다 더 커진 것은 아니다. 거리낌없이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 엄청나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첫번째 변화는 복잡성의 증가다. 금융수단 들은 점점 더 복잡해져서 법규를 피하는 데 활용된다. 두번째는 통제의 상실이다. 기업의 소유와 통제는 서로 점점 더 멀리 격리돼 개별 경영자는 직원들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세번째는 규제의 부재다. 감독당국과 검찰이 복잡한 금융사건을 계속 기피하게 돼 시장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약해진다. 이러한 변화들은 바이러스처럼 금융시장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일단 뿌려진 씨앗은 뿌리를 내리게 되자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각종 대형 금융사건은 그래서 터졌다. 저자는 탐욕의 한 시대가 최근 막을 내렸으나 언젠가는 또 다른 탐욕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본래부터 탐욕스러운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탐욕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탐욕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을 수 있나. 그것은 우선 규제되지 않는 빈 구멍들이 점점 더 커지면서 많아져 마치 '스위스 치즈'처럼 되어버린 시장의 건전성을 살리는 것이다. 저자는 6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 대부분은 법규를 피하기 위해 생긴 것이니만큼 파생상품을 다른 금융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고, 법을 만들기보다 '정직의 문화'를 조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 아무리 복잡해도 금융 부정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또 하나, 내가 주식을 산 기업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를 자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탐욕 바이러스를 막는 것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첨단 기법이 동원된 기업 및 금융시장 부패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다 65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저자는 투자은행에서 파생상품을 다룬 경험이 있는 미 샌디에이고대학 법대 교수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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