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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괴리" 오래갈듯

입력
200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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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잘되고 생산이 늘었는데도 기업체감경기는 더 나빠졌다. 이 같은 수출과 내수, 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에 따라 이달 콜금리 목표를 1월과 같은 연 3.75%로 유지키로 결정했다.체감경기 악화지속

6일 한국은행이 2,48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제조업체들의 영업실적에 대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수출호조와 설대목에도 불구, 전달(82)보다 오히려 낮은 80에 머물렀다. 체감경기지표인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호전보다 부진을 느끼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2월 영업전망에 대한 BSI 역시 87에 머물러 냉랭한 체감경기는 이달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경우 최근의 호조를 반영하듯 2월 전망 BSI가 94까지 올라갔으나 내수기업들은 85에 머물러, 수출과 내수 사이에 높은 벽이 존재함을 실감케 했다.

근본원인은 공동화

두자릿수 행진을 이어가는 수출증가율, 80%에 달하는 공장가동률, 5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지표만 보면 경기는 완만하나마 바닥탈출 징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가 '영하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투자와 소비 및 고용이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박 승 한은총재는 이에 대해 현 경제상황을 수출·내수경기의 양극화, 체감경기의 회복지연, 고용없는 성장으로 진단하면서, 근본원인이 중국의 부상에 따른 산업공동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개방경제하에서 거대 저임금국가인 중국을 상대로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충격과 고통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기고착화 조짐

문제의 뿌리가 단기현안을 넘어 투자·소비·고용 잠재력 자체를 왜소화시키는 공동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수출이 기지개를 켜도 내수는 웅크리고, 지표는 따뜻해도 체감경기는 차가운 괴리현상도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콜금리 역시 미조정 가능성은 있어도 현재의 3.75% 안팎에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총재는 미국에서 6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앞두고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 "더 이상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환율은 시장수급에 맞춰지겠지만 수출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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