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지하철 내 자폭테러라는 엽기적인 사건을 접한 러시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일년에 서너차례 테러를 겪어왔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출근길 승객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테러범의 잔혹함에 몸서리를 쳤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터널을 빠져나온 한 승객은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지하철까지 공격받는다면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고 울먹였다.
사건은 한창 붐비는 아침 러시아워 때 발생해 희생이 더욱 컸다. 지하철은 평소 각 객차마다 평균 100여 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의 유력한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체첸 반군은 사건 직후 AFP 통신에 "우리와 지하철 테러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들 무장세력이 연계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체첸 반군들은 푸틴 대통령이 반군에 대한 강력한 대 테러전을 전개하자 저항의 강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7월 모스크바 콘서트장에서 여성 테러범 2명이 자폭공격을 감행해 14명이 숨졌고, 2002년 10월에는 중무장한 반군 수십명이 모스크바 극장에 난입, 수백명의 관람객을 인질로 삼고 러시아군과 대치하다 관람객을 포함, 170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테러리스트와 타협을 절대 없다"며 "그들을 파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다음달 14일 치러지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안보불안을 부추겨 여론을 분산시켜 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 대다수는 체첸반군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철권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이번 테러가 투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속단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테러경계령이 발동된 상태였고, 테러 장소가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모스크바 지하철 내부였다는 점에서 푸틴 정부의 허술한 치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러시아 야당들은 이번 기회에 푸틴 대통령의 강압적인 체첸정책을 문제삼을 기세여서 이번 사건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