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나무꾼 지음·정태련 그림 소년한길 발행·3만원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의 종 수는 얼마나 될까. 늑대와 여우, 매, 구렁이 등 무려 43종이다. 이 땅에서 생물이 하나 둘 소멸한다는 것은 상상치 못한 재앙을 불러온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가령 늑대는 초식성 동물의 수를 조절하고 질병에 걸린 허약한 동물을 없애줌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을 관리한다. 늑대가 사라지면 쥐, 멧토끼, 고라니 같은 동물이 늘어나 어린 나무며 초본류, 나아가 농작물까지 피해를 준다.
물론 저자의 이런 예언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풍부한 그림과 이야기로 이 예언을 전한다는 데 책의 매력이 있다. 70여 장의 그림은 43종의 생물을 하나씩 짚어가며 살아있는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동물의 털 하나부터 나뭇잎의 잎맥까지 애정을 담아 그린 세밀화는 각 생물의 세부 정보까지 꼼꼼하게 전달한다. 각 생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끌어낸 솜씨도 돋보인다. 왜 이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는지, 각 생물의 이름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이 땅의 생물 분포도는 어떠한지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다.
검독수리는 겨울이면 먹이를 찾아 드넓은 농경지를 끼고 있는 큰 호수나 강가, 바닷가의 하구로 모인다. 수만 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는 오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독수리는 오리 떼를 반가워하지 않는 인간이 뿌린 농약에 죽어나간다. 습지가 메워지고 강이 오염되면서 오리떼가 농경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검독수리 등 맹금류가 일정한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면, 농부들이 오리 때문에 골치를 앓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사자가 독도에 살았다는 이야기도 귀를 솔깃하게 한다. 조선 말기 일본이 울릉도, 독도 일대에서 바다사자를 무분별하게 잡아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렁이는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이 사라지자 지낼 곳을 잃었고, 나팔고둥은 바다로 흘러든 생활하수 때문에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사라져가는 생물의 이야기는 모두 이 땅의 사회, 역사, 문화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각 장마다 정리한 도표와 생물 서식지 지도 등도 충실하다. 사라져 가는 생물 이야기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뒤흔드는 기름 유출, 최근 도시에서 나타나는 이상 현상인 가을철 모기 출현등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