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5일 5만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 발자국 화석과 말, 코끼리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고, 더구나 이번처럼 화석 수천 점이 한꺼번에 발견되는 것도 유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의 경우 탄자니아 케냐 이탈리아 등의 것과 견주어볼 때 사람 발자국으로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 현지 조사를 실시한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이인규(서울대 명예교수) 위원장 등은 "고고학적,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며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5만년 전 구석기인이 한반도에서 활동한 직접 증거
한국교원대 김정률(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과 안덕면 해안가 일대에서 새 발자국 화석 연구를 수행하던 중 지난해 10월 사람 발자국 화석을 처음 확인했다.
화석이 발견된 곳은 신생대 제4기 후기 플라이스토세(중기 구석기시대)에 생성된 지층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5만년 전에 생성된 것. 화산 분출에 따른 응회암 퇴적층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 발견된 구석기인 두개골 화석의 시기도 약 4만3,000여년 전으로 분석되는 등 기존의 한반도 구석기 유적들과 거의 동시대이다.
이번에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은 구석기 유적과 달리 한반도 특히 제주에서 구석기인이 살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서 의미가 크다. 제주 어음리 빌레못 동굴의 중기 구석기 유적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꿈치와 뒤꿈치, 그리고 가운데에 움푹 패어 들어간 중간 호 등 유인원과 구별되는 사람 발자국으로서의 형태적 특징도 선명하다.
김 교수는 "이번 사람 발자국은 최소한 3명 이상의 것이며, 당시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의 신체 구조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360만년 전의 탄자니아 화석 및 케냐 화석(150만년 전), 이탈리아 화석(38만년 전)에 비해 제주 화석은 현생 인류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며 "인류의 이동 경로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희귀 동·식물 화석 무더기로 발견
사람 발자국 화석과 함께 발견된 20여점 말 발자국 화석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화석은 길이와 폭이 각각 7∼9㎝인 원형 속 뒷부분에 역 V자형 자국이 뚜렷, 말 발자국이라는데 이견을 없어 특히 몽고 유입설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마의 기원을 규명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말 발자국 화석 발견은 지금까지 미국과 탄자니아에서만 보고됐다.
아직은 추정이지만 미국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일본 등 4개국 10곳에서만 발견된 코끼리 발자국으로 보이는 화석이 나왔다는 것도 의미있다.
북한에서 코끼리 이빨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에 만약 코끼리 발자국 화석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구석기 시대 한반도가 코끼리 서식지였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사슴 발자국 화석 1,000여점, 도요새만한 크기로 추정되는 새 발자국 화석 250여 점과 물고기가 움직인 흔적 및 절지동물(게) 연체동물 화석, 그리고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목련잎으로 추정되는 식물 화석도 발견되는 등 중기 구석기 시대의 다양한 동·식물 자료가 확보된 것도 중요한 성과.
이번에 화석이 발견된 해안가 일대는 2000년에도 새, 사슴 등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던 곳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이 지역 전체를"고고학적,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 인위적 발굴로 인한 훼손 방지 및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가(假)지정했다. 또한 풍화 및 침식 작용에 대비한 보존 대책을 수립하고, 복제품 제작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화석이 발견된 만큼 세계문화유산 등록도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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