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국가안전기획부 예산 유용 사건인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의 자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며, 당시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자금이라고 밝혀 자금의 정확한 출처 및 대선자금 잔금인지 여부 등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이에 따라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노영보ㆍ盧榮保 부장판사)는 강 의원 진술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 3월12일 6차 공판 출석을 통보키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 의원이 받은 940억원은 안기부 예산이 분명하다"며 재수사 착수 여부는 "신중히 검토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6일 안풍 사건 항소심 5차 공판에서 "1995년~96년 당시 사무총장 자격으로 청와대 집무실에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940억원을 받았다"며 "선거 때 총재가 주는 자금으로 한 명이라도 더 당선되도록 하는 것이 내가 맡은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강 의원은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고, 정치적 신의를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역사와 국민의 냉엄한 시선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한편 증인 출석을 거부해온 엄삼탁(嚴三鐸) 전 안기부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구인장을 발부했다.
강 의원의 폭탄 진술에 대해 검찰은 "수사팀은 당시 계좌추적 결과와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 등의 진술 등을 볼 때 940억원은 안기부 자금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강 의원 법정 진술의 내용과 신빙성을 검토한 후 김 전 대통령 조사를 포함한 재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강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 전 차장은 이날 공판에서 "당시 선거 상황이 어려워 독자적으로 판단해 안기부 자금을 당에 지원한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한 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김 전 차장은 다음 공판에서 안기부 예산을 어떻게 빼내 누구에게 줬는지 자세한 진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과 김 전 차장은 1995∼96년 지방선거와 15대 총선 당시 총 1,197억원의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에 불법 지원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해 9월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 징역 5년에 추징금 125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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