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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이어 조류독감/동물들의 공격… 세계경제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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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이어 조류독감/동물들의 공격… 세계경제 발목잡나

입력
200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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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광우병 파문에 이어 조류독감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의 인간 대 인간 감염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조류독감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닭고기 시장을 넘어 관광·항공업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20년만에 최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올해 세계 경제 전망(미 컨퍼런스보드)의 가장 큰 적은 이제 '독감에 걸린 새'와 '미친 소'다.현재 조류독감 발생이 확인된 나라는 아시아 10개국. 태국 5명, 베트남 12명 등 17명의 희생자가 공식 집계된 가운데 지금까지 4,500만 마리의 닭이 도살됐다.

특히 세계 최대 닭 소비국인 중국의 12개성(省) 20개 지역에서 조류독감 의심 사례가 발생, 지난해 사스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사망자가 나온 태국과 베트남. 태국 상공회의소 부설대학 조사에 따르면 조류독감으로 인한 태국의 경제적 손실은 1일 기준으로 55억바트(한화 약 1,65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4위 닭 수출국인 태국은 조류독감 발생 이후 일본과 유럽연합(EU)에서 닭 1,000만 마리, 계란은 1억 개 등 2 만 톤의 가금류 제품이 반송됐다. 태국 상의는 조류독감 사태가 3개월 더 지속될 경우 피해액은 200억 바트(한화 6,000억원)로 늘어나고 6개월이 계속되면 330억 바트(한화 9,9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닭고기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조류독감으로 인한 전세계 닭고기 거래의 피해액을 수십억 달러로 추정했다. AWSJ은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닭고기 기피 현상이 확산되며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와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KFC는 지난달 베트남 매장 대부분을 폐쇄하고 이를 생선요리메뉴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증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달 800선 돌파를 시도했던 태국 SET지수는 조류독감 파문 이후 급락세가 이어지며 지난 주엔 700선도 무너졌다. 1만3,700선이었던 홍콩항생지수도 중국 조류독감 확산 소식에 하락세로 반전, 최근 1만3,000선을 위협 받고 있다.

조류독감 사태의 추이에 가장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은 관광업계다. 인간 대 인간 감염 가능성이 대두되며 아시아 지역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 특히 조류독감 발생지역인 태국과 베트남으로의 관광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항공사도 동남아와 중국으로 떠나려던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중국의 남방항공, 동방항공 등 중국과 관련된 항공사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이 인간 대 인간으로 감염되는 것이 확인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 피에르 베르비에스트는 "조류독감이 인간 대 인간 전염으로 발전할 경우 아시아 지역으로의 여행 기피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수백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류독감으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가 사스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라자트 내그 아시아개발은행(ADB) 메콩지역 사무총장은 "조류독감 발생국가의 경제 전망치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류독감은 아직 위험한 상황은 아니며 빠르게 대처할 경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릴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류 독감의 경제적 파장 및 대책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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