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으나 봄같지 않다(春來不似春).' 입춘이 지났지만 은행주에는 따사한 햇살이 비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 위기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올 초 강한 반등을 보였던 은행주는 LG카드 여신과 카드사업부문에서 발생할 충당금 부담금에다 불투명한 업황까지 겹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이익 정상화가 내년으로 지연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투자 전망 하향 잇달아
업종 대표주인 국민은행은 올 초 '최악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강한 매수세가 유입돼 지난달 13일 장 중 5만1,2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카드문제의 여파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고개를 다시 들면서 약세로 돌아서 4만7,000원대까지 추락했다. 5일에는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모처럼 상승했지만, 하나은행과 신한지주는 약세를 보였다.
현대증권은 이날 "신용카드 부담 등으로 올해 은행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시장수익률'로 낮춘 데 이어 신한지주도 조흥은행의 실적부담으로 같은 등급으로 내렸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은행업 전반의 올해 이익 추정을 시장 전망치보다 15% 낮은 수준으로 조정했다.
설상가상 악재의 연속
전문가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는 것은 카드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문제는 은행주들에 있어 최대 아킬레스건. 현대증권 유정석 연구원은 "올해 국민, 조흥, 우리금융 신용카드자산의 20∼25%가 사실상 연체자산화하고, 이에 대한 손실률도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준으로 은행별 신용카드 관련 대손충당금 부담액은 국민은행 3조원, 우리금융 6,700억원, 조흥은행 7,3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최근 가계 및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동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가계와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승하고, 수익개선도 미미한데다 대출시장이 경직돼 국민은행의 경우 향후 6개월간 시장 수익률을 웃돌만한 매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JP모건도 "기업들의 설비자금 수요가 올해도 강하지 못해 결국은 매출보다 마진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데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시원찮아 이익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동조했다.
이에 반해 씨티글로벌마켓과 CSFB증권 등 외국계는 "LG카드 여신과 카드부문 충당금 부담으로 지난해 실적은 실망스럽겠지만 내년에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버팀목으로 작용하면서 주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조정을 매수기회로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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