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영화의 광풍이 거세다.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겼던 ‘한류현상’도 그칠 줄 모른다.촬영현장은 어김없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정부 차원에서 드라마를 통한 한국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명소를 찾아 나선다. 운이 좋으면 연예인은 물론 촬영현장을 직접 보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촬영장면을 직접 볼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대표 촬영지를 소개한다.
● 한국민속촌
사극촬영의 대명사격인 곳이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사극을 찍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지방별 전통가옥이 60여채에 270여동에 달한다. 목기공방, 대장간, 부채공방 등에서는 공예품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야외 전통박물관이다.
사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허준(2000년)’과 ‘여인천하(2001년)’를 찍었고, ‘명성황후’, ‘태조 왕건’, ‘상도’ ‘장희빈’ 등 이름있는 사극들이 나란히 이 곳에서 만들어졌다.
이중 대표적인 촬영명소는 중부지방 양반가옥인 22호 가옥. 99칸집으로 불리는 이 곳은 1861년(철종 12년) 수원 성내에 지어졌던 것을 이전했다. ‘명성황후’에서 대원군의 집,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의 오빠 윤원형의 집으로 사용됐다. 29호 관아건물은 ‘허준’에서는 의금부로, ‘태조 왕건’에서는 나주 관아로 이용된 곳이다.
36호 선비집은 ‘명성황후’에서 술좌석으로, ‘여인천하’에서는 기생집으로 등장했다. 각 지역마다 드라마 촬영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돼있어 드라마장면을 상상하면서 보면 재미있다.
‘스캔들’ ‘낭만자객’ 등 시대물 영화들도 이 곳을 무대로 찍었다.
평일에는 ‘왕의 여자’를 비롯, 거의 매일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다. 주말에는 관람객편의를 위해 촬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경부고속도로 수원IC에서 나온 뒤 용인방향으로 가다가 신갈오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민속촌삼거리가 나온다. 성인 1만1,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 (031)286-2111.
● 화성행궁
새로운 사극촬영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무대이다. 경쟁 드라마인 ‘왕의 여자’도 이 곳에서 주요 장면을 찍고 있다. ‘폐인’신드롬을 일으킨 퓨전 사극 ‘다모’도 이 곳에서 주로 찍었다.
정조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융릉)를 화성으로 옮긴 뒤 참배를 위해 지은 궁이다. 평소에는 관아로, 정조가 행차하면 임시 거처로 사용됐다. 봉수당, 장락당 등 33동 577칸 규모로 남한산성, 북한산성 등에 있는 여러 곳에 있던 행궁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이 곳에서 열렸다.
낙남헌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일제시대 때 훼손됐으나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1996년부터 복원작업을 시작, 지난 해 4월 1차로 482칸이 문을 열었다.
화성행궁이 사극촬영지로 인기를 끄는 것은 당시 행궁의 모습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복원됐기 때문. 수원 화성과 함께 행궁의 축조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된 ‘화성성역의궤’가 남아있어 가능했다.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에서 나와 43번 국도를 따라 직진하다 보면 팔달산 아래 팔달문(남문)과 장안문(북문)사이에 있다. 화성관리사업소에 문의하면 사극촬영날짜와 시간을 알 수 있으며 촬영현장을 구경할 수도 있다. (031)228-2716.
● 부천 판타스틱스튜디오
한국민속촌이 사극촬영의 메카라면 판타스틱스튜디오는 일제시대 이후 시대극 촬영의 명소이다. ‘야인시대’의 촬영세트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당시 세트장이 거의 보존돼있다. 야인시대가 막을 내린 지난 해 이후에도 꾸준히 각종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로즈마리’의 제작이 실내세트장에서 이뤄졌다. 아침드라마 ‘찔레꽃’과 4월 개봉되는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이 촬영중이다.
‘실미도’와 함께 올해 가장 주목 받는 한국영화로 손꼽히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의 세트장도 볼 수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달 중에 개봉될 예정이어서 야인시대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 CTS TV에서 이 곳을 찾아 ‘야인시대’의 주인공 김두한역을 맡았던 탤런트 안재모와 인터뷰를 갖는 등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EBS 아동드라마 ‘노리노리’ 세트장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주말 뿐 아니라 평일에도 부모들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IC에서 나와 좌회전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032)228-2500.
● 서울종합촬영소
영화 촬영을 위해 조성된 한국영화제작의 메카이다. 전체 규모 40만평에 세트장 부지만 3만평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6개의 촬영스튜디오, 전통사극 및 법정세트장에서 촬영이 이뤄진다. 촬영지원관에서는 편집, 음악녹음 등 후반부작업을 담당한다.
영화 ‘쉬리’와 더불어 한국영화의 중흥에 큰 기여를 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장이 있다. 조선말기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취화선’, 중국 요리집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알력을 그린 코믹 영화 ‘신장개업’ 등 여러 영화의 세트장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이용, 양평 양수리부근에서 45번 국도로 갈아타고 북한강변을 따라 가다 보면 왼편에 촬영소가 나온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성인 3,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2,000원. 031-579-0605.
● 그밖의 가볼만한 촬영지
단 한 편의 작품이지만 대박을 터뜨리면서 인기 관광지로 각광 받는 곳도 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 무의도, 영화 '친구'를 제치고 한국영화사상 최대관객을 기록한 '실미도'의 현장 실미도,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이 대표적이다.
무의도는 인천 중구에 속하는 자그마한 섬이다. 춤추는 무희(舞)의 옷(衣)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나개, 실미 등 2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철 서해안 인기피서지로 손꼽힌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권상우가 피아노를 친 곳이 바로 하나개해수욕장. 해수욕장 앞에 세트장이 설치돼있어 드라마의 여운을 느끼려는 인파로 겨울이 뜨겁다.
실미도는 무의도 실미해수욕장 앞에 있는 섬으로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영화 '실미도'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무의도와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에는 인천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 보다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영종, 용유라는 이정표가 적힌 신불IC에서 빠져나온 뒤 용유도방향 해안도로를 따라 잠진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차에 탄 채 배를 타고 수시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날씨상황에 따라 결항되는 수가 있으니 선착장에 배편을 미리 문의하는 것이 좋다. 차량포함 왕복 2만원, 운전자 이외는 2,000원. (032)884-3391~4.
한때 대학생들의 MT명소로 이름을 날렸던 남이섬. 지금 남이섬으로 가면 외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만, 일본 등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 전역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겨울연가'덕분이다.
메타세콰이어길을 비롯한 드라마 주요 촬영지에는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의 흉내를 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왕복 도선료 포함 성인 5,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500원. (031)582-5118.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입력시간 : 2004-02-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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