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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노사]<5> 相生하는 네덜란드 노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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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노사]<5> 相生하는 네덜란드 노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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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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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일수록 서로 대화하고 협력한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난 사회경제위원회(SER) 한스 프라케 홍보실장은 네덜란드의 노사정 협력의 비결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경제사정이 어려울수록 노사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여기에서 맺은 협정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프라케 실장은 "네덜란드는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10월 17일 네덜란드 노사정은 올해부터 2년간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키로 합의했다. 198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침체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고 있어 노사 모두 양보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뤄오던 네덜란드는 2002년 0.2%의 낮은 경제성장률에 이어 민간소비 및 투자, 수출 등이 감소하고 실업률도 2000년 3%대에서 5%로 높아졌다. 20만명이 넘던 연간 일자리창출도 마이너스 6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연기하는 등 정부의 노력으로 노동계는 조기퇴직 및 장애자 수혜제도 등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사회정책을 현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고 사용자측은 임금동결로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네덜란드 노사관계의 특징은 끊임없이 만나 대화하는 것.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에 해당되는 사회경제위를 통해 매달 혹은 매주 만나 파업 등 노사분쟁이 발생하기 전부터 충분한 대화를 한다.

덕분에 93년에는 임금인상 억제, 비정규직노동자 보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노사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으며, 2002년 11월에는 '2003년 노사간 고용조건 정책' 합의를 통해 고용유지와 2.5% 미만의 임금인상폭을 서로 나눠 가지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경제상황이 안 좋을 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 정책적인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 것도 네덜란드의 강점이다. 82년 경제위기 속에서 맺은 바세나르 협약 당시 정부는 임금인상 억제정책을 받아 들인 노조측을 위해 세금을 낮춰 실질임금을 보전해 주고, 기업의 보조도 확대했다.

네덜란드경영자연합회(VNO-NCW) 레네 브레이레이븐스 사회분야 선임자문관은 "노사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거의 매일 만나 경제상황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얘기를 나눈다"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고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네덜란드는 일찍이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위 마커 보스 경제담당관은 "정부의 정책 등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정부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노사간 갈등도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뢰에 바탕을 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발전시켜간다"고 자랑했다.

네덜란드 노사정 화합에는 노조의 현실주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경제악화 등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더라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대신 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찾는 것. 90년대 사용자에게 시간제 고용을 양보하는 대신 시간당 임금, 보험, 사회보장, 연금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대규모 구조조정 때도 무조건적인 파업 대신 해고과정에 개입해 해고 규모 등을 합의하고 해고 조건, 적절한 보상, 직업재훈련 등을 사용자측과 적극적으로 협상한다.

네덜란느노총(FNV) 아그네스 용헤리우스 상임위원은 "경제가 안 좋은데 파업을 하거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노조의 실리주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임금인상이 아닌 고용안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로 먹고 사는 작은 나라에서 협력을 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 공멸할 것"이라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고성호기자 sungho@hk.co.kr

■화합을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

네덜란드의 노조와 사용자단체, 정부는 노사문제를 노동재단과 사회경제위원회(SER)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노동재단(The Labour Foundation)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경제재건에 노사가 동등하게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기구. 노동계와 사용자 대표간의 2자 대화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육훈련과 고용, 노년층 근로자 및 시간제노동자의 지위 등 논의주제는 다양하지만 주로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사회, 의제위원회, 실무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네덜란드노총(FNV)을 중심으로 이뤄진 노조와 네덜란드경영자연합회(VNO-NCW)로 대표되는 사용자단체가 소속돼 있으며 예산은 노동재단에 참여하는 노동계, 사용자, 사회경제위가 지원한다.

50년 만들어진 사회경제위는 노사간 협의기구인 노동재단과는 달리 산업조직법에 따라 설립된 법적기구. 노동계, 경영계, 정부추천 공익위원 등 분야별 위원 11명씩 총 3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노·사·공익위원 등이 참가하는 3자 대화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170여명의 직원이 위원활동을 지원하는 사무처는 경제, 사회, 행정 등 3개국과 재정, 인사조직, 홍보 등 3개부로 나눠져 있으며 연간 1,400만 유로(약 210여억원)가 넘는 예산은 정부보조금 없이 상공회의소에 등록된 기업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노동재단이 이같이 노사협상의 실질적인 무대라면 사회경제위는 노사이익을 대변, 정부에 자문을 해주는 정책기구의 역할을 하는 점이 차이가 있다.

정부가 경제전망치를 통해 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이를 검토해 노동재단과 노동부에 새로운 권고안 형태의 임금인상안을 제안하며 노동재단과 정부측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부가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경제위 한스 프라케 홍보실장은 "두개의 사회협의기구를 통해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임금 등의 노사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그=고성호기자

■네덜란드 노총 상임위원 용헤리우스

"경제를 회생시켜야 임금인상도 가능합니다."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 사회경제위원회(SER) 1층 회의장에서 만난 네덜란드노총(FNV) 아그네스 용헤리우스(여·사진) 상임위원은 "네덜란드 노조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한경쟁시대에 노조와 사용자가 지나치게 임금문제에 매달리다보면 국가경쟁력만 떨어져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며 "노조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004년부터 2년간의 임금동결에 잠정 합의한 노조는 "2005년 임금동결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조기퇴직 및 연금, 생계지원제도에 대해 재정적 촉진대책을 올 4월까지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 조건을 두고 파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용헤리우스 상임위원은 "1970년대 말 경제위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속에서 실업률을 줄이고 사회보장제도 등을 축소하지 않기 위해 일단 경제를 회생시켜야 했다"며 "노조 내부에서도 갈등이 많았지만 노조원 55%의 찬성으로 올해부터 2년간의 임금동결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경제상황을 정확히 파악, 임금인상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에 대해 정부나 사용자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금인상을 무조건 요구하는 것보다는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선거 때마다 노동정책이 자주 바뀌는 정부보다는 반세기 동안 파트너였던 사용자측을 더 믿는다는 용헤리우스 상임위원은 "신뢰는 한번 깨지면 다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협의사항일지라도 성실하게 이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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