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자원 부족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가 중국 내에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중국 언론들은 수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지역인 창장(長江·양쯔강) 이남의 주요 성과 시에서도 최근 수개월간 가뭄에 시달리는 등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후난(湖南) 장시(江西) 푸젠(福建) 저장(浙江)성 등 4개 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1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이들 지역을 포함, 광시(廣西)자치구 등 모두 8개 성·자치구 주민 450만 명이 식수난을 겪을 정도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경작지 월동작물의 가뭄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 가뭄은 거의 연례적으로 되풀이되는 물 부족 사태가 좀더 악화한 데 불과하다. 중국의 수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중국 내외의 전문가들이 제기해 왔다.
1995년 국제적 환경단체인 '월드 워치'는 보고서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벽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수자원 부족에 따른 식량생산 감소로 전세계적인 곡물 파동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 대대적인 물 절약 캠페인과 함께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과 경제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최근 왕수청(汪恕誠) 수리부 부장의 말을 인용, 현재 중국 도시의 3분의 2가 물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이중 110개 도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국 도시의 물 부족량은 60억 톤에 달한다. 2030년 인구가 16억 명으로 늘어날 경우 1인당 연간 수자원량은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750톤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인당 연간 수자원량이 2,000톤 미만인 국가는 '물 기근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중국의 고질적인 물 부족은 과거의 무차별 개발에 따른 삼림 훼손, 농지 확대로 인한 호수 및 하천 면적 감소, 비효율적인 물 사용 등에 기인한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간 중국의 호수 면적은 30%가 줄었다. 중국 최대 호수 중 하나인 후베이(湖北)성의 동팅후(洞庭湖)는 지금처럼 계속 훼손될 경우 50년 이내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경우도 심각하다. 북방지역의 가장 중요한 급수원은 지하수인데 관정을 통한 지하수 이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지하수위가 한계점에 이를 정도로 하강한 상태다. 하북평원의 지하수위는 매년 1m 속도로 하강하고 있으며 황해안에 가까운 지역은 지하수의 염분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하수위가 해수면보다 더 낮아져 바닷물이 스며드는 것이다.
2008년 올림픽 경기의 조정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인근 순이(順義)현은 지하수위가 14m나 내려가 내한성이 강한 버드나무 등이 말라죽고 있다. 크고 작은 저수지들도 말라 붙었으며 골짜기 댐들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인근 대형 하천들도 바닥을 보인 지 수 년째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작년 12월 30일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시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긴급 송수공사를 착공, 물 부족 해결에 나섰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하북 지역의 수자원 부족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장(長江) 물을 황허(黃河) 이북으로 끌어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수북조 사업은 2050년까지 창장물을 동부, 중부, 서부에 건설되는 3개 송수로를 통해 베이징, 톈진(天津) 등 북부 대도시로 끌어 오려는 것이다. 완공될 경우 연간 송수량은 448억 톤에 이를 전망이다.
또 국민적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절수대회를 열어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수돗물 가격 인상, 지하수 채취 제한과 함께 수자원의 사용자 부담을 강화하는 시장체제까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수리부는 물을 최대한 절약해도 2030년이면 전체 공급량이 수요에 비해 1,300∼2,300억톤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물 부족은 앞으로 중·서부 지역으로 외자를 유치하는 데도 장애 요인이 될 전망이다.
왕 수리부 부장은 "수자원은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이라며 "절수형 사회건설은 싼샤(三峽)댐 건설이나 남수북조 사업과 동일한 의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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