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장기간 진료로 친해진 캐나다 여성이 있었다. 하루는 그녀가 진료를 기다리며 자기 나라 여성 월간지를 읽고 있었다. "어떤 내용인가요?"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던 나는 답변을 듣고 경악과 감동에 빠졌다. "여성이 남성을 어떻게 자위해 주느냐는 내용"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며, 싫은 것을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상대가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강조되고 있었다.많은 부인들이 남편의 요구를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항상 걱정한다. 무조건 거절하면 즉시 또는 며칠 동안 불만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된다. 나아가서 거절하면 혹시 다른 일(?)을 저지를지 걱정한다. 할 수 없이 억지로 응하면 또 고역이다. 일부에서는 남편을 위해 거짓으로 포르노의 여배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남녀가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성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남녀 모두 욕구의 생체 주기를 똑같이 맞추기란 어렵다. 이 때 성적 욕구에 대하여 점수를 활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즉 부부간에 성적욕구를 0∼10점으로 매겨서 나는 싫은데 상대가 요구할 때 몇 점인지 물어본다. 만약 10점이라면 무조건 응해야 하며 0점이라면 무시할 수 있다. 물론 매번 5점 이상,특히 늘 10점이라고 한다면 서로 신뢰감이 무너지므로 계약이 성립될 수 없다.
만약 섹스를 거절했는데 상대가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면 성교가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좋다. 일반적으로 손만 잡고 잠들자고 제안할 것이다. 또는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물 한잔 마시거나 아니면 남편이 좋아하는 어떤 놀이를 제안하면 된다. 그러나 캐나다의 잡지에 소개된 방법도 어쩌면 좋을 것 같다. 부인이 싫은데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엄청난 서비스를 하였다면 얼마나 감동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겠는가?
남성의 성적요구를 거절할 때에는 "지금은 생체적 리듬이 거부하는 것이지 당신이 싫어서는 아니며 계속 사랑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당신은 동물처럼 섹스밖에 모른다"는 말을 하거나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인이 싫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는데도 강요하는 것은 더욱 안 된다.
성적 리듬이 맞지 않을 때 불필요하게 서로 감정 상할 필요가 없다. 점수제를 활용하고 손만 잡고 자거나 아니면 서양의 방법을 시도해 서로를 감동시키자.
조 수 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성상담·치료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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