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중학교로 교생 실습을 갔다가 겪은 일이다. 한 학급이 20명, 전체 학년이 6학급에 불과한 작은 학교였다. 교생 선생님이 왔다는 사실이 신기했는지 학생들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들은 내가 가르친 내용을 성실하게 공부했다.어느덧 4주가 흐르고 마지막 수업 시간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학생들이 들뜬 목소리로 "선생님, 눈을 꼭 감으세요"라며 나를 맞았다. 눈을 감았다떠보니 정성스럽게 차린 다과가 준비돼 있었다. 학생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마련한 듯한 다과를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 편지를 주고 받고 다과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유독 창가만 바라보며 이쪽으로 오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 다가가서 "왜 이곳에 오지 않고 혼자 있니?"라고 물었더니 "100원밖에 못 냈기 때문에 먹을 자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학생이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를 유난히 따르던 학생이 친구들과 다과 준비를 하는 데 돈을 제대로 내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돈을 많이 내고 적게 내고는 중요하지 않단다. 네가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면 그것으로 선생님은 너무 고맙다." 그 친구는 나의 말을 듣더니 환한 표정을 지었다.
교생 실습을 통해서 수업 준비를 잘하는 것 못지 않게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진정으로 훌륭한 교사는 머리가 뛰어난 것 못지 않게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교사의 자질을 오직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추었는가로 평가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원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방대한 교육학과 전공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해 가산점을 얻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예비 교사들은 다른 것을 살필 여유가 없다.
교육부가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킨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무능함과 유능함을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로만 따진다면 재고해야 할 것이다. 교생 실습 때 경험을 되돌아보면 훌륭한 교사는 능력도 뛰어나야겠지만 무엇보다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의 위로의 말에 환한 표정을 짓던 학생이 앞으로도 자신을 이해하는 선생님을 만나 상처받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정 다 이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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