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를 구걸하기 위해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만날 것입니다."전북 남원 지리산 실상사 주지를 지낸 도법(사진) 스님이 내달 1일부터 유랑승이 되어 전국을 돌며 생명과 평화의 삶을 가꾸기 위한 탁발(托鉢)순례를 떠난다.
기간은 3년. 지리산 노고단에서 기도를 겸한 발대식을 가진 뒤 지리산 일대의 전남 구례, 경남 하동 산청 함양, 전북 남원 등을 돌고 난 다음 4·3사건의 비극을 간직한 제주도로 건너간다. 이후 육지로 와서 남녘땅부터 시작해 전국을 걸어 다닐 계획이다. 스님은 탁발 순례기간 관공서는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 그리고 교회에도 들릴 계획이다. 이 순례에는 지난해 새만금 살리기 3보1배(三步一拜)를 했던 수경 스님도 동행한다.
탁발은 출가 수행자가 밥을 빌려 육체를 지탱하고 진리를 빌려 깨달음을 얻는 것. 도법스님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나에게, 이웃에게, 사회에, 민족에 꺼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고 이번 탁발순례의 의미를 설명했다.
도법 스님은 한국전쟁 때 좌우이념 갈등으로 지리산 일대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1,000일 기도를 위해 3년 가까이 실상사를 떠나지 않았다. 한반도의 생명 평화와 민족 화해를 위해 지난해 11월 12일까지 매일 4차례, 5시간씩 기도했던 것이다.
도법 스님은 "이번 순례에서 갈등과 폭력의 매듭을 풀 수 있는 계기가 생겼으면 한다"며 "순례가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10만인 평화결사 서약'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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