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가 전처의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가정 내에서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문제임을 다시 알려 준다.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은 아들도 평생 씻기 어려운 정신적 치명상을 입었다. 임신상태인 그 여인은 곧 엄마가 될 몸이었다. 생명의 존귀함과 신비를 느낄 시기에 어찌 그렇게도 모질게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학대할 수 있었을까.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사회적 보호조치가 별 실효가 없었던 점이다. 작년에도 그 여인은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입건돼 교육치료까지 받았다. 두 아이는 한달 넘게 시설에 격리돼 일시 보호조치를 받았으나 집으로 돌아간 뒤 더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동학대예방센터의 활동이 역부족이며 아직 내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요즘 자녀 살해·유기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집계된 아동학대 신고건수 3,357건은 2002년의 2,946건보다 12% 이상 증가한 숫자다. 카드빚과 생활고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정해체는 물론, 생명상실의 비극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위기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한 데 이어, 시·군·구별 SOS상담소와 상담전화 개설 등 위기가정에 대한 상시 구호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체계가 얼마나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사후 상담과 치료보다 문제에 대한 조기 간여다. 종사자들의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일단 개입한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보호가 취해져야 한다. 아울러 아동학대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외국처럼 아동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를 게을리 한 신고의무자들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