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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도레이새한 이영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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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도레이새한 이영관 사장

입력
2004.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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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년 만에 300억원의 적자를 500억원의 흑자로 변신시키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이영관 사장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의 도레이 본사 회의실. 세계적인 화학소재기업 도레이가 해외에 투자한 현지 기업들의 사장들이 신년 인사차 모였다. 이 자리에서 도레이새한 이영관(57) 사장은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 본사 사장으로부터 직접 격려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 5,385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잠정)을 기록, 도레이가 투자한 93개 해외 기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둔 것. 회장의 칭찬을 받은 이후 이 사장은 도레이새한의 성공 비결을 배우러 오는 본사 및 해외 임원들 때문에 눈 코 뜰 새가 없을 지경이다.사장이 아니라 형님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자리한 도레이새한 16층 사장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칠판 크기의 조직도가 먼저 눈에 띈다. 조직도엔 팀장 뿐 아니라 말단 직원들의 사진까지 모두 붙어 있다. 전체 838명 의 직원 가운데 이 사장은 700명 가까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웬만한 직원은 자녀 이름까지 술술 외고 있다. 이 사장은 "73년 제일합섬으로 입사한 뒤 회사명이 새한으로 바뀌고 99년 도레이새한의 대표이사가 될 때까지 줄곧 구미공장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뒹굴었다"며 "제일 오래 근무했는데 제일 많은 이름을 외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직원들도 그래서 이 사장을 사장이기에 앞서 '선배'로 믿고 따른다. 지금도 회식 자리에선 이 사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직원들도 없지 않다. "이 부장, 이번에 아들 녀석, 그래 종경이가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며?" 라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슴없이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사장이다.

이공계 출신인데다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사장은 아직도 자신을 사장이라기 보다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도 대부분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83년 마그네틱 비디오용 필름공장을 국내 처음으로 지을 당시였다. 외국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던 터라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기술자들을 면담하고 도서관을 뒤져 어깨너머로 익힌 눈썰미로 공장을 지어야만 했다. 공장이 완공되던 85년까지 무려 3년동안 집에서 잔 날 보다 공장에서 직원들과 새우잠을 청한 날이 많았다. 이 사장은 "우리는 회사를 위해서 밤을 새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실제로 공장 준공 후 우리나라는 연간 3,000만 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누구보다 더 현장에서 고생을 한 만큼 아무도 이 사장에게 불평을 늘어놓거나 눈속임을 할 수 없었다.

호텔 수준의 공장 화장실

이러한 끈끈한 관계가 도레이새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 시장은 '천지만물중화본야(天地萬物中和本也)'라는 글귀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천지 만물 중에서 인화가 가장 근본'이라는 뜻이다. 그는 "모든 일이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인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느냐"며 "인화에 따라서 '1+1'이 '3'도 되고 '5'도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많은 화섬업체들이 노사갈등으로 제대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장치 산업인 화섬업계에선 공장을 잠시라도 멈추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공장에 호텔 수준의 화장실을 만든 것도 현장에 대한 배려와 '깨끗한 현장이 결국 품질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경쟁력 확보한 뒤 글로벌 마케팅

노사 신뢰가 구축된 상태에서 도레이의 과감한 투자는 도레이새한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레이의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 된 것.

도레이새한의 제품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도레이의 전세계 마케팅 네트워크. 중국과 동남아가 대부분이었던 수출 시장은 도레이가 투자한 뒤 미국, 유럽, 일본으로 재편됐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었고 수익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이 사장은 요즘 우리나라 화섬업계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 사업들은 4∼5년 안에 중국에게 추격당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합니다.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 소재 산업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해요.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이지만 IT소재에서는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도레이새한을 화섬업체가 아니라 IT소재업체라고 불러주십시오." 이 사장의 비전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이영관 사장은 누구

1947년 대전 출생

65년 문산고 졸업

74년 홍익대 화학공학과 졸업

73년 삼성그룹 제일합섬 입사

85년 삼성그룹 기술상 금상

87년 제일합섬 수지생산 부장

93년 삼성 제2창업 5주년 회장상

94년 제일합섬 기획담당 이사

95년 제일합섬 구미사업장 상무

97년 (주)새한 전무

99년 도레이새한(주) 대표이사 사장

2001년 대한민국에너지대상

최고경영자상 수상

2003년 고려대 경영학 석사

● 나의 품질경영론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확산되면서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전통 제조업 뿐 아니라 첨단산업까지도 현지생산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우리와 같은 제조기업이 극복해 나갈 길은 품질경영 밖에 없다.

품질경영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자는 활동이 아니라 고객만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전사적 활동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품질경영의 기본 활동이다. 또 내부적인 품질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신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품질경영은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경영활동인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결같이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많은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국내 최초로 실시한 무결점(Zero Defect) 운동을 전개했고 전사적 품질관리활동(TPI나 6시그마)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도레이새한은 올해를 품질경영 정착의 해로 정하고, 집중적인 활동을 통하여 고객만족 경영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 도레이새한

도레이새한은 당초 삼성 계열사였다가 1995년에 독립한 (주)새한이 재무구조 개선차원에서 99년 12월 일본 도레이와 30대 70대의 지분(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범한 한·일 합작 화섬업체다. 자기기록용 폴리에스테르 필름 사업, 디스플레이 및 전자정보소재에 쓰이는 정보기술(IT) 소재사업, 폴리에스테르 원사 사업, 기저귀용 부직포 사업 등이 주력이다. 설립 1년 만인 2000년 매출 4,325억원, 세전이익 50억원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매년 8% 이상의 꾸준한 매출 증가로 업계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필름 부문에서는 무결점 광학용 필름, 세라믹 콘덴서 필름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든다. 최근 자기 기록용에서 포장재 및 공업재 등으로 지속적인 라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2002년에 새한에서 가공필름 사업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IT소재사업은 전자정보용 소재인 연성회로기판(FCCL), 액정표시장치(LCD)용 광확산 필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PDP)용 전면필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용 이형필름, 편광판용 필름 등을 생산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는 5,600m/분 이상의 초고속방사로 유명하고 폴리프로필렌 및 폴리에스테르 부직포는 아시아 1위의 생산·판매량을 자랑한다.

도레이새한 김은주 차장은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사원, 주주, 지역사회 등에 공헌하는 세계 일류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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