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나 연극이요? 웬지 멀게 느껴지는 데가 고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것 아닌가요. 그냥 집 근처 극장에나 가죠." 멀어서, 없어서 참아야 했던 서울시민들의 문화욕구가 속시원히 채워질 전망이다. 올해 서울시와 자치구가 팔을 걷어붙이고 공연전용관 신축 등 문화인프라 확충에 나섰기 때문. 특히 이들 새 문화시설은 강북의 소외지역에 대부분 집중돼 그동안의 강남북 문화인프라 불균형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시에 등록된 300석 이상 규모의 전용 공연장은 44개. 수적으로 선진 외국도시에 비해 절대 부족할 뿐더러 이들 대부분은 종로, 대학로 일대와 강남 지역에 밀집돼 있다.곳곳에 천막극장·전용공연장 들어서
서울시는 7월 도봉구 창동운동장 부지에 1,200석 이상 규모의 이동식 천막 극장 설치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9개(강북 6개, 강남 3개) 전용 공연장을 세운다.
35억이 투입될 이동식 천막극장은 이 달중 극장시설 설계 용역 업체를 선정해 4월에 설치 공사를 시작할 계획. 주 텐트와 보조 텐트로 구성될 이 천막극장엔 공연장 외에도 스넥 바와 휴게공간도 들어선다. 지금까지 서울에 이동식 천막극장(일명 빅 탑 씨어터)이 설치된 것은 두 차례. 지난해 뮤지컬 '둘리'와 '페임' 공연을 위해 올림픽공원에 설치됐었고, 현재 잠실운동장 주차장에 세워져 뮤지컬 '캣츠'가 공연되고 있다.
시 문화국 관계자는 "천막극장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상당히 컸다"며 "설치, 해체, 이동이 쉬워 여러지역 시민에게 공연관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9개의 전용 공연장은 각 지역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시가 문화지구 지정을 추진중인 대학로와 동대문 패션상가와 연계, 동대문운동장에 건립되는 공연장은 오페라, 뮤지컬, 패션쇼 등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이태원 외국인 관광특구와 인접한 옛 한남면허시험장 부지에는 국악 전용관이 들어서고, 능동 어린이대공원에는 어린이 전용 공연장이, 창동과 올림픽 공원, 보라매 공원 등에는 청소년 전용 대중음악 콘서트 공연장이 건립된다.
특히 뚝섬에는 '서울의 숲' 조성과 청소년 캠핑장이 들어서고 건립 추진중인 야외공연장과 연계한 청소년 전용 공연장이 만들어진다. 서초동 정보사부지(2005년 말), 녹번동 국립보건원(2006년 말)에도 공연시설 건립이 추진된다.이들 공연시설 건립과 운영, 이동식 천막극장의 프로그램 운영 등은 이 달중 출범할 서울문화재단이 맡는다.
지자체 문화예술회관 건립 활발
자치구의 공연시설 건립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25개 자치구중 문화예술회관을 운영하는 곳은 송파와 은평, 서대문, 관악 등 4곳.
'문화 불모지대'로 불리던 노원구가 6월에 최첨단 공연시설을 갖춘 '노원문화예술회관'을 개관한다. 중계본동에 위치한 이 회관은 지상6층, 지하3층, 연면적 4,100평 규모로 616석의 대공연장과 292석의 소공연장, 200석의 스카이라운지, 다목적 홀, 잔디광장 내 야외무대를 갖춰 동북지역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대공연장은 좌우 이동식 무대와 무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31개 배경막, 50여명의 악단이 연주 가능한 상하 이동식 오케스트라 전용무대가 마련됐다. 또 객석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음질을 즐길 수 있도록 벽면 흡음시설,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음향장비도 갖췄다.
12월 준공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인 중구 문화예술회관(흥인동)은 지상 6층, 지하 4층, 연면적 1,100평 규모로 대공연장(769석)과 소공연장(309석) 등이 들어선다. 구로구 역시 2006년 말 개관을 목표로 구로동에 지상 5층 지하 2층 1,545평 규모의 문화예술회관(800석) 건립을 추진중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문화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와 자치구 모두 공연장 등 문화공간 확보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강남북 문화 불균형 해소에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