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욱 망가지는 모습 기대해 주세요." SBS '최수종쇼'의 자아도취 노래방에 출연하기 전까지 서민정(25)의 이름 앞에 단골로 붙는 수식어는 '미소천사'였다. 말꼬리마다 '^^'라는 미소 이모티콘을 붙여야 할 것 같은 선한 미소 덕에 연예인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가 최근 얻은 별명은 '음치', 혹은 이를 비꼬아 말한 '절대음감'.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임에도 서민정은 즐겁다. "노래할 때 저는 정말 신나거든요. 듣는 사람은 좀 불편하겠지만…."
기막힌 음치임에도 자신만의 창법으로 주변 사람 의식하지 않고 꿋꿋하게 노래하는 서민정을 보자면 폭소가 쏟아지면서도 사랑스럽다. 요즘은 '뜨기 위해 쇼 하는 거 아니냐'는 음해성 글이 줄을 이어 속상하다. "그래도 춤보다는 노래 실력이 나은 편인데. 다 저에 대한 관심이니까 크게 신경 안 쓰려구요."
최근 인기가 부쩍 오른 건 사실이다. 법학과 출신(이화여대)으로 빈틈없고 진지해 보이던 예전의 이미지도 벗었다. '우리말 겨루기'(KBS2) '코미디하우스'(MBC)의 '장금아 장금아' 코너 등의 고정출연과 재작년 10월부터 라디오 '기쁜 우리 젊은날'(SBS)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까치가 울면'(MBC)의 공동 MC까지 꿰찼다. "노래 못하는 덕 볼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하하."
'까치가 울면'의 공동 MC인 김제동은 서민정을 "항상 웃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잘 웃었던 건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미팅을 나갔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나왔어요. 한 마디로 필이 팍 꽂혔는데 헤어지면서 그 쪽에서 '기분 나쁜 일 있으세요?' 그러더라구요. '아, 내가 너무 안 웃는구나' 싶었죠." '도도하다'는 소리 듣던 서민정은 그때부터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너무 많이 웃어 눈가에 주름이 생겼다"는 고민도 생겼지만 그 남학생은 서민정에게 '웃음'이라는 선물을 남긴 셈이다.
원래 그의 꿈은 아나운서였고, 그래서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하려 했었다. 하지만 대학 원서 쓰기 직전 친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아나운서 시험 볼 때 감독관이 문 앞에서 줄자를 들고 키를 재는데 165㎝가 안 되면 들여보내지도 않는다는 거에요." 160㎝를 겨우 넘는 서민정으로서는 실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선택한 것이 법학과였다고.
대학 시절 "친구의 거짓말에 땅을 치며" 다시 방송의 꿈을 키우던 그는 2000년 케이블방송 NTV의 VJ 시험에 6,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되며 연예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 날 집에 돌아가니 엄마는 '민정아 너 뽑은 거 보니까 아무래도 그 사람들 사기꾼 같다'고 하셨고 아빠도 '케이블TV라도 많은 사람이 볼 텐데 네가 나오면 폐만 되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아나운서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MC에 DJ, 탤런트, 코미디언까지 다 하는 셈이니 꿈을 이루고도 남았다"고 한다. 그의 올해 계획은 더더욱 망가지기. "올 해는 진짜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더더욱 망가져서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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