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대구에서 아주 규모가 작은 무역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고향이 청송인 김현애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현애는 많은 친구들 가운데 유난히 나를 좋아해 주었고 우리는 곧 단짝이 되었다.현애와 나는 주말이면 다른 친구들과 같이 산행을 했다. 팔공산, 김천 황악산, 청송 주왕산 등등. 산에 갈 때면 언제나 모여서 요리를 잔뜩 만들어 가지고 갔다.
진달래가 만발하던 어느 봄날 청도의 운문사를 찾았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운문산 중간쯤 갔을 때 15명 정도로 기억되는 일행 중 누군가 너무 힘이 드니까 좀 쉬었다 가자고 했다. 잠시 후 우리는 넓은 터를 잡고 원을 그리며 빙 둘러 앉아 준비해 온 간식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내가 사과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던 현애가 내게 하나 먹어 보라며 주먹 만한 사과를 던졌다. 그런데 그만 실수로 내 콧등을 정통으로 맞추고 말았다. 순간 눈에서는 별이 반짝이고 코피가 한없이 쏟아졌다. 현애의 어쩔 줄 몰라 하던 얼굴이 생각난다.
또 언젠가 보름날 동촌 구름다리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던 일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는 모두 한복을 입고 오기로 했었다. 나는 없는 한복을 어디에서 빌렸는지 입고 갔는데 현애를 비롯한 친구들은 아무도 한복을 입고 오지 않았다. 어찌나 민망했던지.
그밖에도 기억 나는 일상의 추억들이 너무도 많다. 현애와 나는 어디를 가도 늘 붙어 다녔다. 영화 구경을 가도 붙어 다녔고 배드민턴을 쳐도 붙어 다녔고 탁구를 쳐도 한 조가 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현애야, 지금은 어디에서 살고 있니? 그 때 우리랑 만났던 그 친구들 이름이나 한번 불러 볼게. 오현칠 김명숙 이숙이 김배정 송정애 이옥희. 다들 잘 살고 있을까. 현애야, 너무 너무 보고 싶다.
/배해숙·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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