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LG가 서울연고지 이전을 선언함에 따라 서울 연고 프로축구팀 창단 작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한일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창조한 한국축구의 염원은 모순되게도 서울 프로팀 창단이었다. 당시 한일월드컵 32개 참가국 중 수도에 프로팀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K리그 올스타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하자 12개 구단 서포터스들은 '응원 보이콧'을 선언하며 반발했다. 연고 구단도 없는 서울에서 '무슨 올스타전이냐'는 이유였다. 그러나 흥행을 감안한 연맹은 올스타전을 강행했고, 무려 5만5,874명의 관중이 운동장을 찾았다. 서울팬들의 축구갈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K리그가 월드컵 4강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지역 연고가 뿌리를 내려야 하며 무엇보다도 시장의 가치가 가장 크고 넓은 서울 연고팀이 있어야 한다는 건 온 축구계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시,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창단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었다. 그렇다고 축구열기를 살려낼 비장의 카드로 여겨졌던 '서울팀 창단'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란 하드웨어와 1,000만 시민의 소프트웨어는 잠재가치가 무한한 매력적인 시장이기때문. 서울시의 축구협회와 생활체육축구협회, 한국상인축구연합회 등이 3일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안양LG의 연고이전을 지지한 것도 서울시민의 축구갈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쇼핑몰도, 영화관도, 하늘공원도 있다. 축구가 서민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방치한 채 서울 팬들에게 올해도 프로축구 관전을 위해 지방원정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팬들의 분노를 살 만한 처사다.
수많은 팬들이 볼모로 잡힌 채 창단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일부 관계자는 "8년을 기다렸는데 1년 더 못 기다리겠느냐"고 반문한다. 어불성설이다. 최선책이 안되면 차선책이라도 택해야 한다. '창단이 먼저냐, 이전이 먼저냐'를 놓고 다투는 것은 소모전에 불과하다.
6일 프로연맹이사회가 안양의 서울 연고 이전을 다룬다고 한다. 서울연고팀 안건을 각 구단의 이해득실로 따지지 말고 서울에서 프로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시각으로 접근하길 주문하고 싶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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