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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프로축구팀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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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프로축구팀 "희망가"

입력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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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6월. 대한민국은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기적과 함께 전 국민이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붉은 악마 신드롬과 길거리 응원으로 대표되는 축구 열풍에 휩싸였다.월드컵 이후, 우리는 그 열기가 프로 축구로 이어져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며 얼마간은 그러한 기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곧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프로 축구 경기장은 예전처럼 축구 관계자와 서포터스만이 발걸음을 하는 우리들만의 리그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필자는 프로 축구가 월드컵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여러 요인 중에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팀이 없었던 것도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서울이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 전체의 20%가 넘는 천만 인구를 기반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 아닌가.

스포츠 관람은 여가 활용의 한 수단이다. 여가 활용을 위한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접근의 편의성이다. 서울처럼 여가 활용 수단이 다양한 곳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그곳의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동안 서울은 프로 축구의 사각지대였으며,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 없다는 것이 K리그의 흥행과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은 어지간한 분들은 다 아는 얘기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에 프로 축구단을 만들기 위해 월드컵 이후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노력들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듯하여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드디어 서울에서 프로 축구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

와 흥분이 교차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서울에서 프로 축구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과 좌절감이 들게 했다.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아마도 스포츠단 운영을 대기업의 자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스포츠 산업 구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1980년대 초반 3S(Sports, Screen, Sex)를 통치수단으로 여겼던 시절과 같이 기업을 강압적으로 스포츠에 참여시킬 수 없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미미한 스포츠 시장 규모로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프로 축구단을 유치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자 희망이다.

신생팀 창단이냐, 기존팀의 연고지 이전이냐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프로 축구의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하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신생팀 창단이 아니고 연고지 이전이면 어떤가? 프로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프로 축구단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면….

중국 프로 축구는 올해부터 '슈퍼 리그'라는 이름 아래 기존의 15개 팀을 12개 팀으로 줄여 운영에 내실을 기한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를 능가하는 리그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팀 수를 줄이고 있는데 그 인구의 4%밖에 되지 않는 우리는 13개 팀도 모자라 팀 수를 더 늘려야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하니 어느 것이 정답인지 모를 일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고 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 동 성 한국체육과학 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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