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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울진군 월송정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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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울진군 월송정 가는 길

입력
200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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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고도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 때 동해안을 찾아 넓고 짙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도시의 복잡한 공간과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풍덩 빠지고 싶어서다.이왕 떠난 길, 보다 느낌이 좋은 장소를 찾아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도달했다. 이미 바닷가의 백사장도 보았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 길도 달려보아 이제는 포근하고 안정된 곳이 그리워질 즈음이면 월송정이 눈앞에 다가온다. 남대천(南大川)과 황보천(黃堡川)이 만들어 놓은 넓은 평야지대에 야트막한 구릉이 진 곳. 바다와 마주 닿은 것은 아니지만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곳. 월송정의 입지다.

신라의 영랑, 술랑, 남속, 안양이라는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심신을 단련하며 달을 즐겼다고 해서 '월송정(月松亭)'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월국(越國)'에서 소나무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고 하여 '월송정(越松亭)' 이라고도 불리는 이 정자는 고려 충숙왕 13년(1326)에 창건돼 몇 차례의 중건을 거쳤다고 한다. 현재의 정자는 1980년에 지어진 것으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가 현판에 새겨져 있다.

월송정 주변은 곰솔(해송)이 우거져 있어 2층에 올라 바다를 향하면 솔숲 너머로 새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혹자는 '월송(越松)'이 '소나무 너머'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아무튼 정자 주변에 빽빽하게 자란 곰솔은 푸르름을 주지만 오래된 나무들은 아니다. 정작 월송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노송들은 7번 국도변에 있다.

월송정에 가려면 평해읍에서 북쪽으로 약 4㎞ 지점에서 동쪽으로 뻗은 길로 접어들어 10분쯤 걸어 들어가야 한다. 바로 이 월송정 가는 길이 노송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길 입구에는 평해 황씨의 종택이 있는데 그 주위가 온통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적갈색의 줄기가 거북등처럼 넓은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연한 녹색을 띠는 솔잎은 휘늘어진 듯 뻗어 있는 가지를 감싸 부드러움을 주는 소나무, 줄기의 솟아오름이 다양하고 가지의 뻗음이 각양각색인 소나무들이 군무를 추듯 온 시야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헤아리며 솔내음에 취해 있을 때 야트막한 울타리 너머로 자연의 곡선을 살린 둥그런 연못이 긴 도랑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 연못 가운데에는 작지만 동그란 섬이 있고 벚나무와 수양버들은 휘늘어진 가지를 부여안고 있다.

숲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제각이 보이고 조그마한 연못이 한 개 더 나타난다. 숲이 끊어져 논을 가로지른 길이 나오고 앞은 숲으로 막혀 있다. 이곳이 월송정이 자리하는 솔숲인데 소나무와 곰솔이 섞여 자란다. 굵은 것은 자생하는 나무로서 곰솔의 자생 북한계선은 삼척시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차장을 지나 쭉 들어가면 월송정이다. 정자에서 바다에 이르는 부분의 어린 곰솔 숲은 1970년대에 해안사방을 실시한 것으로서, 바닷바람에 사구가 내륙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기에 강한 곰솔을 심어 방풍림을 조성한 것이다.

80년에서 200년에 가까운 아름드리 소나무 1,000여 그루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숲길을 걸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마다 이런 울창함과 신선함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임주훈 임업연구원 박사 forefi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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