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등에 관한 증인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2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작심한 듯 무려 8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관련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한나라당 사람들을 부르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체회의에 앞선 간사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인사들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주장하자 두 야당은 "전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뿌리쳤다.
하지만 막상 전체회의에서 우리당이 한나라당 김영일 이경재 의원 등의 증인 채택안을 내놓자 야당은 표결을 서둘러 '수의 힘'으로 이를 눌러 버렸다. "여야에 모두 공평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호소도 묵살됐다. 청문회 개최를 처음 제안하면서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던 민주당은 "한나라당 건은 이미 검찰이 충분히 수사했으니 굳이 청문회에서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대며 우리당의 입을 막았다.
한나라당은 툭하면 "한나라당과 노 캠프의 4대 그룹 불법대선자금이 '502억원 대 0'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비난한다. 민주당도 "검찰이 한화갑 전 대표의 경선자금만 편파 수사한다"고 입이 나와있다. 이 같은 두 당의 평소 얘기와 '야 0, 여 88'이라는 증인 채택 결과는 너무나 모순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은 쏙 빼놓고 상대방 증인만 '종합세트'로 불러내는 청문회에 국민이 과연 얼마나 공감할지도 미지수다. 야당, 특히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제 눈의 들보'를 과감히 국민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배성규 정치부 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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