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 1997년 6월 30일,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이 가족과 두 마리의 애완견을 데리고 브리타니아호에 오르던 모습을 홍콩인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척박한 한 어촌마을에서 국제적 금융도시로 성장하기까지 역사의 파고를 헤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키워온 홍콩인들에게 과거와의 단절은 커다란 시련이었으리라. 50년간의 자치보장과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중국식 실용주의가 홍콩의 영광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는 멀리서 온 이방인에게도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외형상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홍콩은 식민지 시대의 향수에만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도시, 역동적 힘을 느끼게 해주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거친 역사의 실험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동양의 진주' 홍콩이 지닌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황홀야경 눈부시고
빅토리아 하버에는 다리가 없다. 홍콩인들은 배나 해저터널을 이용해 섬과 육지를 오간다. 센트럴에서 침사츄이까지 관광객들을 위해 스타페리를 운영하는데 이 배는 1920년대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밤이 내리면 홍콩은 그제서야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따라 죽 늘어선 거대한 빌딩들은 낮에는 국제금융도시의 피라미드, 밤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장식물이 된다.
매일 저녁 건물 옥상에서 쏘는 레이저와 음악, 불꽃이 교감하며 화려한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빛의 심포니 (A Symphony of Lights)'행사는 가히 환상적이다. 스타페리의 갑판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화려한 불꽃 축제를 바라보노라면 사람이 만든 도시의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관광객을 겨냥 영구 기획됐다.
홍콩의 야경을 감상하려면 서울의 남산에 해당하는 빅토리아피크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센트럴의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무료셔틀버스로 피크트램 정류장으로 간다. 거기서 피크트램을 타고 급경사길을 8분정도 올라가면 해발554m의 피크타워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100만불짜리 홍콩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음식천국 입 즐겁고
홍콩의 문화는 동서양 문화의 조화이다. 따라서 음식도 다양하다. 홍콩인들의 대부분이 중국의 광동지역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광동요리 중심지다.
또한 상해, 북경, 사천요리 등 본토의 4대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어떤 식당이든 메뉴판을 보면 종류가 너무 많아 당황할 정도다. 그래서 정식은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주문하기도 힘들고 값도 만만찮다.
홍콩인들은 주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식당이 많아도 어딜 가나 항상 붐빈다. 마치 먹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한국식당 못지않게 시끄럽지만 부담 없이 먹는 즐거움은 더해진다. 예약을 않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종업원들은 친절하고 손님들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라도 홍콩에서 딤섬과 얌차(飮茶)를 즐길 수 있다. 딤섬은 대나무찜통이나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새우나 게살, 돼지고기, 닭고기 등으로 속을 채운 교자, 찐빵처럼 쪄낸 포자, 쌀로 만든 피로 싸서 굽거나 튀긴 권(卷), 연잎 등으로 쌀을 싸서 찐 반(飯) 등 종류가 수없이 많다. 입맛을 돋우는 전채이자 간식 혹은 디저트이기도 한 딤섬은 항상 차와 함께 먹는다.
또 홍콩인들은 아침에 흔히 죽이나 면을 먹는다. 침사츄이 캔턴로드의 식당가에는 콩지라는 닭죽을 파는데 60홍콩달러(한화 약9,500원)정도면 두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푸짐하게 준다.
쇼핑낙원 기분좋고
홍콩의 거리는 세계 각국의 명품들에서부터 싸구려, '짝퉁', 복사본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들로 넘쳐난다. 빅토리아 하버 양안 일대의 쇼핑몰과 백화점, 수많은 상점들은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실 면세지역인 홍콩을 찾는 관광객의 다수는 쇼핑을 목적으로 한다. 세일은 일년에 두 번 여름(7월∼9월)과 겨울세일(12월말∼2월)이 있는데 현재 진행되는 겨울세일은 후반기로 갈수록 세일률이 높아져 심지어 70%이상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부품이 불량이거나 옵션을 붙여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홍콩관광협회의 인증마크인 HKTA표시가 붙은 상점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값싼 상품을 원한다면 전통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물론 상품을 보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야우마떼이의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은 가장 유명한 곳인데 오후 4시가 되면 장이 선다. 저렴한 의류, 액세서리, 시계, CD 등을 판다.
셩완의 할리우드 로드는 서울의 인사동에 해당하는 곳으로 중국전통의 체취를 간직한 곳이다. 세계 최장의 힐사이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산을 오르다 중간쯤에서 내리면 중국 도자기, 가구, 그림 등 고가의 골동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나타난다. 한 블록 아래 캣 스트리트에는 중고품이나 저가의 골동품, 온갖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잘만하면 쓸만한 기념품을 구할 수 있다.
/홍콩=이영준기자 yjlee@hk.co.kr
홍콩관광진흥청 제공
"알고보면 섬천지죠"
홍콩하면 홍콩섬과 구룡반도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주변에 230여 개의 섬이 널려 있다. 대부분 무인도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 중 하루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센트럴 선착장에서 섬을 왕복하는 페리가 운항 중이다.
가장 큰 섬은 란타우로 첵랍콕국제공항이 위치한 곳이다. 청샤해변이나 세계 최대의 옥외 청동좌불상, 아름다운 무이워의 선착장 등 볼거리가 많다. 버스를 이용해 이동해야 하므로 사전에 시간과 노선을 파악해 두어야 한다. 홍콩섬 남동쪽에 있는 청차우섬에는 뱃사람들의 수호신을 기리는 팍타이 사원이 있다. 이곳은 매년 5월 빵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청나라 때 해적이었던 청포차이가 보물을 숨겨두었다는 동굴도 흥미를 끈다.
람마섬은 싱싱한 해물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럽풍 레스토랑과 바, 노천식당 등이 늘어서 있다. 홍콩관광진흥청 서울사무소(02)778-4403. www.discoverhongk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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